어릴 적 새 신발은 명절에만 허락된 선물이었습니다.
해마다 커져버린 발은 낡은 신발을 금세 밀어냈고,
그 빈자리를 채워주던 것은
설이 되어서야, 추석이 되어서야 손에 들어오는 새 신발 한 켤레였지요.
상자 뚜껑을 열던 순간의 두근거림,
반짝거리는 신발을 발에 맞추어보며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서성이던 그 설렘.
새 신발은 단순히 발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한 뼘 더 자라게 하는 의식 같았습니다.
이제는 형편이 나아져
원한다면 언제든 신발을 살 수 있습니다.
낡아졌다고 미루지 않아도 되고,
발이 불편하다고 참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상하지요.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지금은
그때만큼 마음이 뛰지 않습니다.
기다림이 주던 달콤한 애틋함,
그 특별한 순간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추신.
달력을 보다 추석이 다가오니 어릴 적 생각에
산문시를 적어 보았습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인데 아직까지 많이 덥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