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내가 평소에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다.
물론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긴 하지만,
밖으로 뱉지 않더라도
늘 나의 내면에서
나를 향해 울리는 소리이기도 하다.
뭔가 할 일이 있으면
'빨리 해야 하는데…'
'못 끝내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온몸을 뒤덮어,
그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
하다못해 집안 정리를 시작해도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 끝내야만,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걱정은 늘 조급함을 낳았다.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vs.
"오래 걸려도 일단 끝내고 떠나기"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라 치면,
당신은 어떤 걸 택하겠는가?
짐작했겠지만 나는 후자다.
쉰다고 편한 스타일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몸보다는 마음이 분주하다.
예컨대, 주말에 신랑이 나들이를 가자 한다.
마음속에 할 일이 있으면,
당장 그걸 하지 않더라도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걸 알기에 신랑도 자꾸 이야기한다.
“그렇게 자꾸 미루면 좋은 날 다 가버린다”
예전 직장에서 팀장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일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으로 생각해야 해.”
무슨 의미인지 안다.
일은 끝낸다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무언가를 끝내고 가더라도,
다음날엔 또 새로운 일이 쌓여 있다.
그러기에 전력 질주를 하고 나면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에너지만 사라질 뿐이다.
야근이 잦은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
그때도 어떤 사람들은 이왕 늦어지는 거,
나가서 밥도 느긋이 먹고
다시 와서 일하는 걸 선호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조급함은 몇 가지 단점을 드러낸다.
첫째, 일을 용두사미로 끝낼 가능성이 있다.
빨리 끝을 보겠다는 마음이 앞서면,
나중에 뒷심이 부족해진다.
목도리를 짠 적이 있는데, 위쪽과 아래쪽의 퀄리티가 달랐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창피'로 끝나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는 거다.
몇몇 광고에도 등장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결혼만 하면'이
늘 행복의 조건으로 붙는다.
나도 늘 그 조건을 달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문득,
과연 내가 언제고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만을 즐기는 욜로(YOLO),
현재를 희생하는 파이어족(FIRE) 같은 양극단의 트렌드가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황금비율"
우리가 지출 관점에서도 현재의 소비와 미래를 위한 투자를 병행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짜듯,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노력도
나만의 투자 비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금비율을 찾지 못하면,
결국 인생은 계속해서 할 일의 압박에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 나름의 조급함을 해결하는
두 가지 방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하나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
1년, 2년 안에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급증은 깊어진다.
실제 내가 그랬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생은 50부터!”
를 외치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5년, 10년 후를 생각하면
조급함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리고 또 하나는 루틴을 만드는 것.
어떤 날은 에너지의 90%를 쓰고,
어떤 날은 10%만 쓰는 식으로 살지 않기 위해
하루에 특정 과제에 써야 할 일정량의 에너지를 정해놓는다.
그날그날 할 일만 끝내며
인생의 페이스(pace)를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미래를 향한 투자를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그 안에는
현재도, 미래도 함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