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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때의 배려는 나를 위한 거다.

뒷모습에 대한 예의는 나를 살리는 일이다.

by 은총씨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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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잔나비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다.


언젠가부터 나는 사람이든 어느 곳에 투자했던 돈이든 그 만남보다 헤어짐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만남에는 설렘, 열정, 희열이 있어 불이 붙어 타오르기에 자연히 서로의 세계를 사랑하게 되고 더 곁을 내주고 싶어 안달이 나지만

그 불길이 사그라들고 1분 1초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숨이 막혀 꺼져버리고 싶어지면 우리는 여름에 성가신 모기가 내 공간에서 사라졌으면 하듯이 그에게 독한 향, 날카로운 말, 경멸하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그를 빨리 몰아내면 낼수록 우리 인생에도 큰 흉터가 남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된다.

나의 악이 그의 악을 기어코 끄집어내고 악은 죄라는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평생에 싫어지고 가야 할 아픔이 새겨져 버리는거다.


투자가 서툴렀던 때 잘못 만나는 종목이 있었다. 계속된 악재로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이 종목을 볼 때마다 밉기도 했지만 내 부족함이 느껴져 화가 났다.

손해를 확정 짓든 말든 이 오점을 내 계좌에서 빨리 지워버리지 않으면 내게 더 해를 입힐 것 같은 두려움에 손실이 가장 큰 시점에 팔아버리곤 했다. 그리고 이 종목은 두고두고 내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이 헤어짐에 대해 깊이 이해한 뒤로 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종목을 보낼 때도 시간을 둔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이 멀어짐을 이해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서로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쁜 시간만큼 아름다운 시간도 많았기에..고맙고 힘겨웠던 시간조차 나를 한걸음이라도 걷게 했기에 그 또한 고마운 일이라고 한다.


종목을 보낼 때도 가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린다. 그럼으로써 인내를 배우고 부족했던 나를 돌아보며 일지를 쓰기도 한다.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려고 하는 내게 보내는 조언이다.


만남은 모두가 잘하지만 아름다운 이별은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별은 모두에게 너무 아프기에 마주 보기 위해선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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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어려운 일을 하는 멋진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러기를 열망하기에 나는 여기서 글을 쓰고 너는 여기에서 그 글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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