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 술 그리고 카페인
그녀는 커피를 마신 뒤,
심장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불안이 잔잔하게 밀려와 밤까지 떠나지 않았다.
잠은 오지 않았고,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녀는 몰랐다.
그 작은 한 잔이,
자신의 몸에서 그렇게 많은 코르티솔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을.
카페인은 부신을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높인다.
이미 평소에도 각성 상태에 가까웠던 그녀의 신경계엔
그 한 잔이면 충분했다.
그녀는 결국 술을 찾았다.
알코올은 GABA 수용체를 자극해 뇌를 잠시 진정시켜 준다.
긴장이 풀리고, 감정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다음 날이면 더 깊은 피로와 공허가 남았다.
몸도, 마음도 다시 가라앉았다.
그렇게 그녀는
카페인으로 올라갔다가
알코올로 내려앉는
위태로운 진자 운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 채,
자극과 억제만으로 버티려 했던 것이다.
회복은 절제나 약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회복은
자신의 신경계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에서부터
조용히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비로소 이해했다. 예민함은 결함이 아니며, 조율된 감각은 세상을 더 섬세하게 살아내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