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명상을 배우는 일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2025년의 학교는 학업만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함께 가르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들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느끼며 하루를 정돈한다. 마음을 돌보는 능력이 결국 삶의 힘이라는 인식이 학교 현장에 넓게 퍼진 덕분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사회정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OECD는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학업 성취도와 관계 만족도가 높다고 보고했고, WHO와 UNICEF 역시 모든 학생이 사회정서역량을 배워야 한다고 전해 왔다. 코로나19 이후 초등학생들 역시 불안과 스트레스가 빠르게 늘어났고, 이 시기는 감정의 움직임을 가장 예민하게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감정이 생겨날 때 그 흐름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본다는 불교적 관점은 이런 교육의 핵심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는 대구시교육청이 마음학기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하며 흐름을 이끌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을 중심으로 연간 15시간 이상 마음교육을 운영하고, 아침 명상이나 감사일기, 짧은 집중 훈련을 일과에 넣는 등 학교마다 방식도 다양하다. 대구는 마음교육을 인성교육 핵심으로 보고 안정적으로 확대한 지역이며, 실제로 마음학기제를 운영한 초등학교 현장은 아이들의 감정 표현과 자기 조절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한다.
교실 안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러닝 페어 시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배운 마음 챙김 활동을 서로 공유한다. 어떤 반은 ‘나 전달법’으로 속상한 마음을 안전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어떤 반은 고민을 이야기하고 해결 과정을 그려보는 마음궁극 활동을 진행한다. 또 다른 반은 감정 스피드 게임을 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했고, 긍정 문장을 카드로 만들어 책갈피로 사용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카드를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응원하는 법을 배운다.
명상과 마음 챙김이 초등학생에게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명상을 통해 감정을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조절하는 힘을 익히고, 갈등 상황에서도 “나 이렇게 느꼈어”라고 말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을 쌓는다. 감정이 생긴 사실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다루는 경험은 초등학생에게 특히 큰 성장의 계기가 된다. 이런 흐름은 불교에서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마음공부가 현대 교육 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형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해 보인다. 초등학생이 실제 교실에서 사용하는 마음교육 자료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불교의 지혜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담아낸 정식 교과서나 공식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마음 챙김의 뿌리가 담긴 불교 전통을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초등학생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한 교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에서 마음교육이 확대되는 지금, 불교계도 초등 불교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종교 교육을 넘어서 마음을 바라보는 지혜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하는 일이고, 현재 교육 현장의 요구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