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쓴맛인 줄만 알았던 커피가 다르게 느껴진 날

커피 여행

by Woo seo
ChatGPT Image 2025년 4월 15일 오후 04_07_38.png

1화-2 《커피가 나를 흔든 순간》

늘 가던 카페에 들어서면 내 주문은 똑같았다.

"아메리카노 하나요."

쓴맛, 익숙한 맛, 그리고 고민할 필요 없는 맛. 그게 내가 아는 커피의 전부였다.

하루의 리듬을 깨우기 위한 루틴. 맛보다는 각성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커피는 나에게 늘 '기능'이었다.

하지만 그날,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무심히 바라보던 메뉴판 위에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노을', '겨울밤', '달빛 드립'...

커피 이름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맛을 설명하지 않고, 분위기를 말하고 있었다.

무슨 맛일까 보다, 무슨 기분일까가 먼저 떠올랐다. 그게 나에겐 꽤 생소한 감각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어쩐지, 내가 늘 하던 선택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산미 없는 고소한 커피도 있나요?"

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네, 이 블렌드가 딱 그 스타일이에요. 부드럽고, 고소한 맛만 남아요."

나는 얼떨결에 그 커피를 시켰다.


그리고 놀랐다.

쓴맛만 있던 내 커피 세계가 흔들렸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향미, 부드럽게 내려앉는 질감. 그건 내가 아는 커피가 아니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도 없고, 심지어 위로받는 기분마저 들었다.

컵을 내려놓고도 한참 동안 입안의 여운이 맴돌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커피가 더 많은 걸까?’




그 질문은 꽤 깊게 마음에 남았다. 단순한 한 잔의 맛이 아니라,

내가 커피를 대하던 태도 자체를 흔들었으니까.


그날 이후, 나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 맛이 나를 필요로 할까?"


그전까지는 늘 똑같았던 루틴 속에서, 이제는 아주 작은 변화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쓴맛만 존재하던 내 세계가,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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