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unrising Club
"엄마, 다음주 목요일이 춘분이래."
"그래? 진짜 봄이 시작이구나."
지난주 엄마와 나의 대화이다.
춘분이 된 오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이라는 산을 처음 올라갔다. 그동안 매주 오르던 인왕산을 해외일정으로 중단한 뒤 첫 일출을 보러 간 것이다. 새로운 산에서 새 봄을 맞이하고 싶었다.
겨울때처럼 단단히 입고 집을 나섰는데 봄은 봄이구나, 기운이 달랐다. 이전 겨울 일출행은 늦은 해돋이 시간으로 인해 6시경 집을 나섰고 오늘은 더 이른 5시쯤이었는데도 날이 포근하고 색과 빛이 냄새가 달랐다. 오늘 나오길 참 잘했구나라는 마음으로 무악재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무악재역 4번출구 쪽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기원정사라는 절 안쪽에 있는 등산로로 오르는 방법을 택하였다. 여명도 시작하지 않은 5시 50분, 컴컴한 초행길에 올랐다. 숨이 입으로 쉬어지며 가빠름을 알아채는데도 도무지 고쳐지지가 않았다. 약수물을 마시고 나서 잠시 나아졌다가 이내 또 돌아오며 불편함을 느꼈다. 인왕산보다 더 쉬운 코스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르던 방향이 산의 북쪽이라 춘분 이틀 전에 내린 폭설이 미처 다 녹지 못하여 종종 미끄럽고 위험했고 동시에 절경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남쪽방향으로 내려와야겠다는 생각도 하며 봉수대에 다다랐다. 눈이 탁 트이는 정상에서 사방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오늘의 날씨를 들이마셨다. 기뻤다.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오늘의 선택과 움직임을 한 내가, 다함께 조화로운 마음이 들었다.
절기라는 움직임을 마음에 둔지는 오래되었으나 내 사적인 것을 세상에 표현하는 것은 편하지 않았다. 원을 그리는 작업을 혼자 하고 있듯 내 안으로 응축하던 작은 원이 이제는 삐뚤빼뚤 누군가 보면 원이라고 하려나 싶은 모습으로 뻗어나가고 싶은 마음과 그냥 태양처럼 15.2일씩(365일/24절기) 조금씩 전보다 더 넓게 그려보는거야 라는 단순한 마음이 함께하고 있다. 절기는 메타포이고 그동안 내 업계나 역할들에서나 나를 깨닫고 인정 받던 것이지 그곳을 벗어난 본연의 모습을 스스로가 존중해주지 않고 살았던 것이다.
고등학생 때의 나를 생각한다. 그 당시 가졌던 철학적인 사고를 계속 이어갔다면 하는 가정이 지금와서는 부질없다 하더라도, ‘그래, 나는 이런 성향이 더 자연스러운 사람이지’. ‘그 때 나는 이미 답을 알았잖아?!’ 라며 어린 내가 삶을 더 관통하는 모습이었다는 깨달음에 놀라곤 한다. 내가 나임이 자연스러운 삶이 아니라 전력으로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나라는 나무 한 그루가 필요로 하는 물과 영양을 잘 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
춘분은 봄을 반으로 나눈다는 한자어의 뜻을 가진다. 초반은 진짜 봄을 맞이하기 위해 겨울에서부터 만물을 깨워주는 역할을 한다면, 파트 2인 이제부터는 해의 기운을 잔-뜩 받으며 잎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봄의 황금기를 보내고 여름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낮이 밤보다 길어지며 음의 기운이 양의 기운으로 바뀌는 시점이라 엄마가 말씀하셨듯 어른들은 진짜 봄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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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에서 말했듯 내 인생은 겨울의 시간을 지나 현재 봄에 와 있고 다음인 여름이 진짜 여름이기 위해 봄을 잘 보내려 하고 있다. 그래서 춘분이 주는 의미가 더 크게 와닿는다. 진짜 봄. 얼어있던 땅을 뚫고 세상 밖으로 새롭게 나오는 힘은 얼마나 강력하고 대견하고 경이로운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신비로울 따름이다. 그 힘은 만물 중 하나인 내게도 존재하며 추위를 견디며 솟아오를 힘을 모아온 나는 나의 봄의 때를 만난 것이다. 맞춤식 양질의 빛과 물을 앞으로 내게 공급할 생각에 설레고 기대가 된다.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삶의 단순한 원의 이치를 품으며 2025년의 춘분을 기쁘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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