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의 미로

제4장 연애와 결혼

by 제임스


눈빛이 말을 걸 때


벚꽃이 만개한 어느 봄날,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뛰놀고,

노부부는 손을 잡고 걷고,

젊은 연인은 눈을 맞추며 속삭이고 있었다.


'저들은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고, 그렇게 가까워졌을까?'


이 세상에 수십억의 사람이 존재하는데,

왜 우리는 딱 그 한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

각자 외모도, 환경도, 가치관도 어긋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이곳에서 마주한 것은,

과거생의 업(業)이 빚은 필연이다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눈부신 봄날 스치는 꽃가루 한 알조차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새의 날갯짓이 먼 산에 흔들린 가지를 건드린 끝에

이 땅에 닿은 결과다.



선택의 알고리즘은 없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짝짓기는 비교적 단순하다.

색이 화려한 수컷이 더 인기를 끌고,

좋은 둥지를 짓는 개체가 선택받는다.


그러나 인간은 그보다 복잡하다.

때론 외모, 경제력, 성격, 학벌...

심지어는 ‘냄새’까지 선택의 요소가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미스터리는,

아무리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사람 앞에서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누군가는 삶의 계획표에 없는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기도 한다.

짝을 찾는 데 있어 인간은 철저히 비이성적인 존재이다.

알고리즘이 있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자주 실연에 아파하고 다시 시작을 망설일까요?



닮아서 끌리고, 달라서 사랑하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은 자기를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고.

어린 시절의 정서, 부모의 성향...

자신이 사랑받고 싶었던 방식에 닮은 이를 향해 마음이 열린다고.


하지만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선 '차이'가 필요하다.

나와는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사람.

그 다름이 서로를 성장하게 하고,

자신의 세상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사랑.


그렇기에 인간 짝짓기의 미스터리는

단순히 ‘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끝없는 실험, 그러나 유일한 정답


수많은 만남과 이별,

설렘과 상처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배우고,

또 다르게 사랑하게 된다.


인간 짝짓기의 미스터리는 아마도 이 여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누군가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를 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 결점과 가능성을 모두 받아들이는 일.


결코 계산할 수 없고, 설명도 안 되는 선택.

그러나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실된 순간.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눈빛에 흔들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 속에서,

마음이라는 나침반을 따라 또 한 번,

사랑의 미로 속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