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유니폼을 벗고, 필라테스 강사로 서다

비전공자 290기 윤만만의 졸업생 이야기


— 서비스직 7년차 윤만만의 재활 필라테스 전향기


나는 늘 “손님을 먼저 생각하세요”라는 문구가 붙은 현관을 드나들며 하루를 시작했다. 7년 동안 이어 온 서비스직은 사람 냄새가 짙었지만, 정작 내 몸과 마음은 점점 소리 없이 쇄설됐다. 그러다 어느 날, 배드민턴 경기에서 들려온 무릎의 ‘뚝’ 소리가 내 인생의 페이지를 넘겼다.


재활 병원에는 도수치료와 함께 필라테스 기구가 놓여 있었다. 처음엔 낯설었다. 하지만 호흡과 함께 다섯 번, 여섯 번… 서툴게 몸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 주변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통증이 가라앉는 감각은 내게 “언젠가 나도 이런 회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은 불씨를 남겼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


시간이 흐르며 나는 저녁마다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쳤다. 낮엔 고객을, 밤엔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운동할 시간이라도 있나?” 싶은 날이 많았지만,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러던 중, 운동 좋아하는 나를 눈여겨본 지인이 조심스레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국제재활필라테스협회.


필라테스 자격증이 시간도 돈도 많이 든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인은 “생각만큼 무겁지 않다”고 했다. 망설이다 ‘라면 이론’이 떠올랐다. 먹을 걸 알면서 계속 참느니, 빨리 끓여 먹고 달래면 된다는 그 단순한 철학.

결국 나는 라면을, 아니 자격증 과정을 끓여내듯 빠르게 등록했다.



재활에 맞춰진 커리큘럼, 그리고 ‘당일 실습’


첫 강의 날, 근육 하나를 두고 해부학·손상 기전·대응 운동까지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놀랐다. 고장 난 퍼즐 조각을 맞춰 가듯, 통증의 근원과 해결책이 연결되는 과정을 눈으로, 몸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강의를 마치면 곧바로 동기들과 기구 앞에 섰다. 머리로만 배웠다면 분명 입이 얼었을 텐데, 몸으로 익힌 뒤 곧장 설명해 보니 말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틀리고 더듬어도 괜찮았다. “지금 더듬어야 현장에서 안 더듬어요”라는 강사님의 한마디가 든든한 뒤를 받쳤다.



면접장을 밝히던 새벽 연습실 불빛


수료가 가까워지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협회가 개방한 연습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침7 시, 어둠을 뚫고 켜진 전구빛 아래에서 기구를 만지고 자세를 점검했다.


서비스직에서 배운 ‘사람을 향한 말투’, 중국어 강사로 다진 ‘설명력’을 문장과 영상 속에 녹였다. 이력서를 여러 군데 넣었지만, 오전만 가능한 스케줄 탓에 답장은 뜸했다. 하지만 두 번째 면접장에서 “회원에게 회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진심이 전해졌는지, 그 길로 채용이 결정됐다.



팔이 돌아가요, 소리도 안 나요


지금 나는 월‧수‧금 오전 세 시간, 최대 4:1 그룹 수업을 맡는다.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시간이라 하루에 두 타임이 될 때도, 한 타임만 열릴 때도 있다. 하루는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던 회원이 혼자 수업을 듣게 됐다. 회전근개를 주제로 한 시간 동안 숨이 맞춰졌고, 마무리 스트레칭을 끝내자마자 그녀가 팔을 휙 돌렸다.

“선생님, 이제 팔이 돌아가요! 소리도 안 나요!”


놀람과 기쁨이 한데 묻어난 그 표정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그날 야무지게 접어 놓은 매트는 다른 어떤 날보다 가벼웠다.



회피 대신 다가가기


모든 수업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고관절 굴곡근 강화 운동에서 다리를 내려놓고 포기해 버린 회원을 본 날은 온몸에 당혹이 퍼졌다. 수업이 끝나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 회피하면 관계를 놓친다’는 생각에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버티기 동작이 많아서 많이 힘드셨죠. 힘든 게 당연해요.”

예상과 달리 회원은 투정을 살짝 부리며 웃었다. 그러곤 목에 담이 올 때나 부은 종아리에 도움이 될 스트레칭을 물어왔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접근이 관계를 다시 이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개선 방법을 찾는 경험은, 강사로서 깊은 호흡법을 알려줬다.



내가 꿈꾸는 ‘집중의 시간’


필라테스 여섯 가지 원리 중 하나인 집중력. 나는 회원들이 동작에 몰입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불안정도, 약점도 그대로 마주한 뒤, 근육을 단단히 세워 나가는 과정을 함께 걷는 것.

그 길에서 강사는 길잡이이며, 함께 숨을 맞추는 동행자라고 믿는다.



라면처럼, 망설임 없는 시작을 위하여


야심한 밤 출출함에 라면을 끓이듯,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자는 것이 내 소신이다. 필라테스 자격증 역시 마찬가지다. 고민을 오래 붙들수록 열정은 식는다. 합리적인 프로그램을 찾아 빨리 배우고, 현장에 부딪혀라. 비전공자도, 서비스직 7년 차도 할 수 있었던 길이라면 당신도 분명 해낼 수 있다.


길고 긴 이야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다. 이 글이 누군가의 밤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되길 바라며, 언제든 댓글로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우리, 서로의 몸과 마음을 단단히 만드느라 애쓰는 모든 순간을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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