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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어렵사리 마친 전자공증

by 유창엽

[2023년 8월 17일(목)]

아침에 일어나 한국 거래은행에서 거래내력 영문본(bank account statement)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 전자공증 관련 작업을 해야했다. 팬카드 발급 신청 서류의 하나로 거래내력 영문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파원을 지원하는 회사 인사부 직원이 내 대신 필자의 한국 거래은행에 가서 영문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위임장에 대해 전자 공증이 필요했다.

일단 정부24 사이트에서 무료로 발급받아 놓은 주민등록등본 영문본을 인사부 직원에게 보내 위임장 내 영문 주소를 주민등록등본상의 것과 같은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조깅을 나갔다. 나갔다가 '일을 서둘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10분도 안돼 되돌아왔다. 인사부 직원이 내게 보내준 위임장을 법무부 전자공증시스템에 입력해 전자공증(화상)을 신청했다.

물잠긴 야무나강 둔치 농지.jpg 물에 잠긴 야무나강 둔치의 농지

대구지방검찰청 관할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를 통해 화상공증을 했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변호사는 "위임장에 '주민등록증 영문 별첨'이란 말이 있는데 '별첨'이란 말은 '촉탁신청서'에 자료를 별도로 첨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냐"며 "주민등록등본 영문도 공증을 해달라는 것인지 확인해서 다시 신청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래서 인사부 직원에게 연락했더니 "주민등록등본 영문은 공증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별첨'이란 표현을 빼고 위임장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다시 받은 위임장으로 전자공증을 재신청했다.

마침내 전자공증에 성공했다. 공증인증서를 인사부 직원에게 전달했다. 인사부 직원은 해당 인증서를 갖고 내 거래은행에 갔다. 은행 측은 신속히 자료를 제공했고, 나는 그 자료를 건네받아 인도인 회계사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팬카드가 무사히 발급되길 바랄 뿐이다.

전자공증을 받는 과정에서 느낀 게 많다. 위임장 내 표현도 법률적 검토 대상이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국내에 있는 누군가에게 일을 위임한다는 것에 대해 공증받는 게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도 정부 측 온라인 신청 과정도 어렵지만 한국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2023년 8월 18일(금)]

오후에 외출 중인데 내가 거래하는 뉴델리 한국계 은행의 한국인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외국인거주등록 서류(FRRO document)가 계좌개설 후 30일 이내 해당 은행에 제출하도록 인도 중앙은행관련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아직 외국인거주등록을 하지 못했으면 인도 외무부에서 그에 대해 입증해준 것을 보내달라고 했다.

외국인거주등록은 이제 온라인으로 하게 돼 있다. 이를테면 기자인 나는 현재의 3개월 언론인 비자가 완료되기 전에 인도 외무부를 통해 연장절차를 밟는다. 외무부는 내가 온라인으로 올린 각종 자료를 검증하고 문제가 없으면 1년 짜리 비자를 내주라는 내용으로 된 내무부 산하 언론정보국(PIB) 앞 서한을 내게 메일로 보내준다. 그러면 나는 서한 등을 이용해 외국인등록사무소에 비자연장을 온라인 신청한다. 그러면 외국인등록사무소에서 이(e)비자를 내 메일로 보내주고, 이비자가 거주등록증 역할도 한다.

지난번 첫 부임기간에는 외국인등록사무소에서 하루 종일 줄서서 기다렸다가 종이문서를 제출해 종이로 된 거주등록증을 받았던 게 이렇게 바뀐 것이다. 그날은 애들도 학교에서 조퇴한 뒤 등록사무소에 들러 담당 직원에게 얼굴을 보여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편의 코미디다.

소와 비둘기.jpg 소등에 앉아 있는 새

바깥 볼일을 마친 뒤 귀가해 보니 뉴델리 한국계 은행의 인도인 직원이 영문으로 관련 이메일을 보내왔기에 인도 외무부 직원에게 전달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외무부 직원이 언제쯤이나 답을 줄지 모르는 상황이다.

나는 비자연장과 관련해 잘 몰라서 지난번 외무부 대변인 주최 내외신 기자 초청 만찬에 참가했을 때 대변인에게 가서 비자연장 건을 꺼냈다.

그랬더니 그는 즉각 '나이스'하게 부하직원을 내게 소개해줬다. 그 부하직원은 "내일 담당 직원이 연락을 줄 것이다. 그 직원과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했다. 그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9월 20일이 3개월 언론인 비자의 만료일인데, 연장 절차 등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것이다.

'인도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주재원이나 교민 사이에 나돈다. 늘 느긋하게 생각하고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 그랬다가는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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