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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이야기'로 팁 챙기는 운전사

by 유창엽

[2023년 8월 15일(화)]

뉴델리 사우스익스텐션 구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 갔다. 오전 11시에 개최되는 주인도 한국대사관의 광복절 경축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단신용이었지만, 지난달 인도에 부임한 이래 첫 현장 취재였다.

이참에 한인회 사람 등을 만날 생각이었다. 행사장에 가보니 주재원은 거의 없었다. 인도에 머물며 개인사업 하는 이들이 거의 100%였다.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냉동전복을 수입하겠다는 사람, 한국 화장품을 수입해 판매한다는 사람, 기계 부품을 생산해 납품한다는 사람 등 다양했다.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시청 등으로 이뤄졌다. 행사 이후 점심 식사가 이어졌다.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아내가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몰을 거쳐 한국문화원으로 왔다. 함께 귀가하기 위해서였다.

귀가하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운전사가 오늘 아침 자기 집 가스 실린더의 가스가 다 떨어져 아침을 먹지 못했다고 말해서 팁으로 200루피를 줬다"고 무심코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자신도 성당으로 가면서 운전사가 같은 이야기를 해서 100루피를 줬다고 말했다.

20230815_110910.jpg 뉴델리 한국문화원서 열린 광복절 행사

이럴 수가 있나 싶어 놀랐다. 또 농락 당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운전사가 설사 거짓말을 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에 팁을 건넸다. 아내도 기분 나빠했다.

오후 5시 넘어 운전사를 귀가시키려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곧 호텔로 오겠다고 했다. 호텔에 도착한 운전사에게 "당신은 하루 8시간 나만을 위해 일하도록 나와 당신네 회사가 계약했으나 호텔을 벗어나지 말고 대기하라"고 단단히 이야기했다.

과거에도 인도인 운전사가 이상한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 첫 부임기간에 내가 차를 구입한 뒤 인도인 운전사를 고용했다. 그 운전사는 오토바이를 30분 이상 타고 집으로 출근했다. 한번은 그 운전사가 가불을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 그후 또 가불을 해달라고 하는 것을 거부했더니 '성질'까지 부렸다.

또 한번은 저녁 약속이 있어 지인 집으로 가려고 가족과 함께 차에 탔다. 그런데 운전사가 차를 말 그대로 지그재그로 몰아 사고가 날 뻔했다. 바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취소한 뒤 수백m 떨어진 집으로 돌아갔다. 눈동자와 말씨 등으로 미뤄 그가 마약을 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됐다. 근무시간에 어디에 가서 몰래 마약을 한 것이다.


[2023년 8월 16일(수)]

뉴델리 도심의 코넛플레이스란 상가에 위치한 한 호텔에 갔다. 오후 7시30분 인도 외교부 대변인 아린담 바그치 주최로 시작된 국내외 기자 '친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 외교부가 다음달 9일과 10일 양일간 열리는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소통하는 자리였다.

나로서는 다른 기자들과 사귈 좋은 기회였다. 다른 기자들도 같은 입장이었을 것이다. 혼자 있는데, 한 동양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대사였다.

장재복 주인도 한국대사도 눈에 띄었다. 가서 인사를 하니 주변에 한국 신문사 기자 2명이 있었다. 이들 기자는 인도 외교부 초청 프로그램 참가차 뉴델리에 왔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인도 외교부가 G20 의장국으로서 외국 기자들을 10일 일정으로 초청해 타지마할 등 인도의 대표적 명소를 소개해주는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타지마할을 다녀왔고 내일은 뭄바이로 간다고 했다.

이어 일본인 기자 2명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은 아사히 신문 뉴델리 특파원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인도 외교부 초청 프로그램 참가차 뉴델리에 온 신문 기자였다.

초청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일본인 기자는 5년 임기의 모스크바 특파원을 두번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어도 몇마디 했다. 나도 2006년부터 2년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특파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아는 체 했다. 명색은 한국의 첫 중앙아시아 특파원이었다. 그 일본인은 인도가 러시아와 친한데 중국과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20230816_203220.jpg 인도 외무부 주최 내외신 기자 행사

나는 서방 기자들과는 왠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접근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 인도 기자들은 여러 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 역시 스스럼 없이 그들과 어울렸다. 힌두스탄타임스, ANI 통신, 네트워크 18 기사 등에 속한 기자들이었다. 그들 가운데 네트워크 18 기자와 마음이 통해 테이블에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52세인 그는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고 했다. 아직 현장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내게 외신기자증을 만들면 어떤 곳이든 출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외신기자증 온라인 신청을 하던 도중 막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언론공보국(PIB)에 직접 찾아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팁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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