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메가박스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가 재개봉한다고 하여 너무 궁금해서 부랴부랴 보러 달려갔습니다.
얼마 전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드니로를 보고 택시 드라이버를 보니 아주 젊은 모습의 로버트 드니로를 만나게 되어 더 새로웠다.
로버트 드니로가 맡은 트래비스라는 인물은 굉장히 찌질한 인물의 표본이라고 느껴진다. 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 못한 채 세상을 탓하고, 길가의 사람들을 보며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산다고 욕하며 포르노 극장을 오가며 살아간다. 그가 베티와의 만남을 시작할 때는 거침없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거절당하자 그도 밤거리의 다른 인물들과 다를 바 없이 갑작스레 찾아와서 베티를 욕하고, 행패를 부린다. 이후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보다 남과 세상을 탓하는 게 더욱 쉬웠던 것인지 이상한 망상에 사로잡혀서 잘못된 영웅심리를 갖게 된다. 볼 것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 혹은 포장하기 위해서인지 총을 사고, 육체를 단련하고, 거울을 보며 총구를 겨누는 연습을 하며 세상과 맞설 준비를 한다. 정치인 총격 시도를 하는 등 잘못된 방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정당화해 나간다. 아마 이러한 모습들도 그 정치인의 선거사무실에서 일하는 베티에게 거절당한 것에 대한 일말의 복수심으로 행한 행위들이라고 느껴진다. (그녀를 가질 수 없으니 그녀 주위를 부 쉬어 버리겠다는 것?) 어쨌거나 이후에는 미성년자 매춘부 아이리스를 구원하겠다는 명목으로 포주들에게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 그는 소녀를 구한 영웅으로 기사에 실리기도 했지만 돌아온 현실에서는 여전히 택시를 운전하고 있을 뿐이다.
관심과 인정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욕구를 어떻게 발현시키는지가 중요한 지점이다. 현대인들도 트래비스처럼 무기력함과 고독을 느끼고, 사랑을 갈구한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과 너무 가까운 부분이 많아서 그로부터 오히려 더 불편함 감정을 느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트래비스처럼 악을 처단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이에게 총구를 겨눌 권리는 없다. 그는 영화 속에서 아이리스를 구원한 영웅으로 신문에 실리지만 그가 처음 총구를 겨눴던 건 범죄자들이 아니었다. 그가 총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총구를 겨누는 모습이 어떤 장면보다 서늘하게 다가온다. 총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이제는 우위에 서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폭력적인 심리가 두드러지게 느껴져서 무섭게 다가온다. 그는 이번에는 영웅이 되었지만 그 이후에는 자신이 혐오하는 길거리의 인물들이 되기까지는 종이 한 장 차이 일 것이다. 복잡한 그의 내면의 심리를 느끼면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에서 수차례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이 있는데 그 음악이 굉장히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느끼게 해 준다. 나른하고 잔잔한 재즈음악이지만 그 음악이 흘러나올 때는 더욱 그의 내면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도시의 어둠과 인간의 내면과 모순에 대해 더욱 생각해보게 하는 두고두고 생각날 영화가 될 것 같다.
(이야기하고 싶은 장면이 많지만 글쓰기 실력이 이 정도인 게 아쉬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