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멈추는 순간
어쩌면 세상을 지탱하는 축은 중력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가면’ 일지도 모른다.
우리 내면에는
감정의 속도를 조절하는 제동장치가 존재한다
싫어도 웃어넘기고, 좋아도 무심한 척 삼켜내는
이 제동력 덕분에 우리는 타인과의 충돌을 피하고
사회라는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가면은 분명
우리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가장 내밀한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다.
가면 뒤에서 울고 있는
자신의 표정을 외면한 채,
“이게 어른스러운 태도”라거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가식을 합리화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는 동안,
진실을 마주할 기회는
조용히 뒤로 미뤄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이 오랜 브레이크가 남긴 마찰음이,
내 주변을 덜 아프게 하는 신호가 되었으면 한다.
가면은 생존을 위한 도구였을지언정,
삶의 목적 그 자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두꺼운 페르소나를 벗고
자신의 민낯의 드러낼 때,
세상은 비로소
진짜 눈빛을 마주하게 될 지 모른다.
가면이 없어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며,
타인과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허락해야 겠다.
좀 더 다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과 어긋나지 않는 언어로 세상과 마주할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연기가 아닌 실재(實在)가 되는 거니까
그 진실함이야 말로
세상을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