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벽강

고향으로 가는 길-16(마지막회)

by 애린 이종희

고향홈이 운명처럼 내게 온 지, 성인이 된 후에도 몇 해가 더 흘렀다. 어쩌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고향과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을 그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고, 깊이 알게 됐는지도 모른다. 고향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막연한 추상이 아닌, 구체적으로 내 안의 세계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며 울고 웃던 날들이 꿈처럼 흘러, 타임머신을 타고 어느 날 불쑥 내 마음에 들어왔을 때, 반가움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마치 섬을 떠나서야 살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뭍으로, 뭍으로 뻗어갔지만, 결국 사람들은 고향을 향해 마음의 창을 열어놓고 있었다. 새랍을 나서면 익숙하게 다가서던 풍경들과 허물없이 지내던 고향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었는지 깨달았다. 그 모든 마음이 나 혼자만의 고독이 아니라는 것을, 참 많은 사람들이 풀어주고 다독이며 위로해 주었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고향을 떠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우리 모두는 짧게는 몇 시간에서부터, 길게는 수십 년을 고향을 떠나본 이력이 있다. 여전히 고향에서는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고, 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것 같다. 금세 마음이 다정해지고 환해지는 언어들이 "왜, 이제야 왔는가~ 밥은 묵었는가~ 얼른 오소~"라고 반겨줄 것만 같다.


그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도 고향으로 걸어가고 있고, 고향으로 오는 사람들을 마중하고 있다.

바로 마음으로 이어진 고향 길을 따라서...






하벽강(霞壁江) (2023)



흡수한다는 것이

버겁고 무겁거든

여기에 두고 가도 좋으리


천년만년 살아온 생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없어

구름 노닐다 가는 날 멈추었고

햇볕 창창한 날 뜨겁게 사랑했나니

무슨 사연인들 품을 수 없으랴


가슴 풀어 내게로 온다는 것은

저문 바다의 깊이를 이해한다는 것,


가다가다 지치면 쉬어가도 좋으리

어둠이 내린다고 그대마저 지울까






그동안 [고향으로 가는 길]에

동행해 주신 모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늘 건강, 건필 하세요~^


하벽강/서쪽으로 향한 절벽에 물든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붙여진 금오열도 지명

새랍/대문 방언


단편으로 읽으셔도 무리 없게 설정하였지만

프롤로그를 참고하시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