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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같은 아이디어는 "불쾌"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깊게 파고 들었을 때 나온다.

by David Ha

불쾌란?

보통 서비스를 개발할 때 일반적으로 "불편"함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구성한 다음 서비스를 개발해서 세상에 내놓죠.

그럼 제가 말한 "불쾌"는 "불편"과 무엇이 다를까요?

불편, 불쾌 둘 다 어떤 현상으로 인해 좋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지만 대상과 강도가 달라요.

불편은 환경적, 물리적인 요인에 초점을 맞춘 반명 불쾌는 감정이나 심리적인 요인에 포커싱 되어 있고,

단어에서 부터 와닿듯이 불쾌가 상대적으로 강도가 강한 편이에요.

사람 관계, 심리와 관련된 서비스를 준비한다면 "불편보다 불쾌"쪽으로 초점을 맞춰서 관찰하고 탐색하면 훨씬 더 풀어야할 문제에 대해서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어요.


사례

이왕이면 사례가 있으면 좋겠죠?

제가 운영중인 너굴부부 서비스를 사례로 이야기 들려드릴까해요.


초기엔 이랬어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공유캘린더 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미니멀하고 더 쉽게 쓸 수 있는 부부용 캘린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수준까지 부부가 사용하기 좋은 미니멀한 캘린더 앱까지 출시했었어요.


아시다싶이 공유하기 좋은 캘린더 앱들은 수두룩하고 대체제가 워낙 많아서 이거 굳이 부부 캘린더여야하나? 라는 생각도 들어서 친구, 가족들과 공유도 할 수 있도록 줌아웃 전략을 고민하기도 했었어요.

페르소나가 부부에서 그냥 일정을 공유하는 친구, 가족으로 넓혀지니 오히려 다른 서비스들과 더 차별점이 없어지더군요. 이러다 타임**, 구*캘린더, 네*버캘린더 쓰는게 차라리 낫겠군 생각까지 들어서 살짝 허무한 느낌도 없잖아 있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줌인해서 페르소나를 더 관찰해서 풀어야할 문제를 더 좁혀보는 과정에서 "결혼생활"까지 접근하게 되었고 여러 결혼 관련 서적과 논문을 조사하는 과정과 여러 경험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활의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불행한 결혼생활의 어두운 이면에서 다가오는 "불쾌"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시대에 따라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는건 역사와 인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메스컴에서는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심지어 자극적인 컨텐츠로 활용되면서 부부상담, 이혼상담같은 상담 서비스 그리고 남여 갈라치기하는 커뮤니티들은 많지만 결혼생활에만 포커싱해서 지속적으로 관계 개선을 도와주거나 행복한 결혼생활로 향하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같은 서비스가 해외에 비해서 다소 부족하다는 부분에서 아쉬웠던거 같아요.


그래서 다소 이상적이고 극단적으로 낙관적일지라도 이상에 깃발을 꼽고 현실적으로 차근차근 불쾌함이 해소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래 그래프과 같은 비전을 세우게 되었죠.


그 이후

img.png

우당탕탕! 관계 개선에 도움될 기능들을 이것저것 빠르게 개발해서 붙이고 지표보고 고객 피드백도 얻어가면서 정신없이 개발했었어요. 집안일 분배나 해야할 일 체크리스트, 버킷리스트, 공유 메모장, 칭찬 리워드 등 다양한 시도를 했었어요.


물론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반응도 있었고 가장 슬펐던 무반응... 도 있었지만, 꾸준히 비전아래 진정성을 가지고 불쾌함을 차근차근 해소하는 과정에서 너굴부부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여러 부부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마무리

불쾌함으로 배를 만들고 서비스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 순풍을 타고 여기까지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지만, 바람을 포용해 멀리 항해하려면 좋은 돛을 단 배를 만들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되새기는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네요.


비록 소소한 글이지만 관계기반 서비스를 준비한다거나 불쾌함으로 문제를 푸시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이 또한 저에겐 또 행복이라 앞으로도 경험을 기반한 글들을 작성해볼까해요.

이 정도로 글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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