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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주의 관점 설계

사용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by David Ha

한 때 당근 재직시절이었어요.

어느 겨울날 캐나다 오피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어느 호탕하신 흑인 아주머니와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비록 한 시간 정도 되는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그분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고

현재에 와서는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시기도 했어요.


대표적인 한마디가 "그냥 가격하락 알림보고 물건 스크롤 하면서 둘러본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대충 이미지로 보자면 그분의 시각에서의 당근이 이런 모습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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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갑자기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이렇게 비교해서 보면 디자이너 분들의 찐 능력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많은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위계"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눈에 보이기도 하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고,

이런 기능, 저런 기능 등등 많은 요구사항이 생기고

또 이것저것들을 챙기다 보니 복잡함이 생길 밖에 없어요.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흐르는 건 자연의 이치니깐요.


이 지난 서비스를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 보자면 이런 3가지 노력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 행동 데이터와 사용자 입장에서 화면/기능상 선택적 주의 핵심 포인트 짚어보기

2. 높아지는 엔트로피의 상황 속에서도 방해되는 요소나 줄일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의식적으로 짚어보기

3. 사용자 여정 콘텍스트를 적절히 나눈 후 몰입 과정에 대한 흐름에 이질감 없이 잘 마무리되는지


행동 데이터와 사용자 입장에서 화면/기능상 선택적 주의 핵심 포인트 짚어보기

보통 인간의 두뇌는 최적화된 자동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유는 에너지를 덜 쓰고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죠. 평소 하는 행동들을 집중해서 의식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최적화를 잘된 걸 볼 수 있죠.

올바른 데이터 지표를 보면 거짓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얼마나 최적화된 행동을 보여주는지 보여주죠.


하지만 간과한 것이 이 최적화된 행동이 좋다/나쁘다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알고 보면 불편해도 쓰는 게 또 사람이거든요. 즉, 나쁜 의미로써 최적화된 행동인 거죠.


이때 정말 필요한 건 사용자 입장에서 봐라 봐야 하는데, 단순 대표적인 사람 입장에서보단 개인적으론 양 끝단에 이런 사용자 입장을 놓고 보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한쪽 끝엔 민감한 이용자가 있고 반대편엔 둔감한 이용자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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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이 분들의 시야에서 화면/기능을 이용하면서 선택적 주의 핵심포인트들을 짚어보면 좋아요.

이 왕이면 함께 서비스하는 동료가 있고 성향이 다르다면 더 좋겠죠?


높아지는 엔트로피의 상황 속에서도 방해되는 요소나 줄일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의식적으로 짚어보기

개발이든 디자인이든 추가하는 건 엄청 쉬운데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건 항상 어려워요!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 보니 엔트로피를 낮추는 데는 그 만한 대가가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나중에 커져서 걷잡을 수 없을 때 엄청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서 해결하는 거보다는 주기적으로 방해되는 요소나 줄 일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체크해 주는 게 그나마 엔트로피 성장 가속도를 좀 낮추고 단순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시대가 또 그런지라 AI 덕분에 앞으론 더 혁신적으로 단순해질 거 같긴 하지만요 ㅎ...


요즘엔 제거하고 단순화 시킬 때가 너무 즐겁습니다.

이게 미니멀리스트들이 느끼는 희열일까 싶기도 하네요.


사용자 여정 콘텍스트를 적절히 나눈 후 몰입 과정에 대한 흐름에 이질감 없이 잘 마무리되는지

보통 여기까지 온 상황이라면 선택적 주의 관점에서 적절히 어떤 UI를 들여놓고 제거해야 할지 등등 설계를 보통 끝마친 상황이긴 해요.


이다음엔 개발자의 의도대로 아니면 이런저런 흐름들을 놓았으니 알아서 잘 쓰다 보면 최적화 알아서 하겠지 하면 오산이죠..


흐름이 어수선하면 퍼널 분석해 보면 엉망인걸 볼 수 있고, 이런저런 흐름들을 마구잡이로 올려서 알아서 최적화하길 기대하면 서비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더라고요.


또 너무 과정이 길면 지루하고 너무 짧으면 또 가치 느끼기 쉽지 않으니...


그래서 개인적으론 사용자 여정을 적절히 잘 나눈 후에 열고 들어가서 선택적 주의 관점에서 배치한 흐름들이 몰입감이 있는지 보고 그다음에 마무리로 닫고 나가는 과정에 대한 경험에 대해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 후 퍼널 분석이랑 컨텍스트에 사용되는 Duration을 측정해서 편차값을 줄이려고 많이 노력하면 더 좋아요.


사례

과거 지난 이야기에서 제가 Peek End Rule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어차피 매일 아침 앱을 열어서 일정 확인하는 것과 좋은 아침이 하루를 결정하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서비스에서 Peek End경험 측면에서 Peek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고 마지막 하루 마무리를 잔잔하게 하면 부부사이가 완벽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체크인/체크아웃을 기획하게 되었죠.


초기엔 오늘 일정과 배우자의 사랑언어 기반으로 추천 행동을 보여주는 걸 생각했었는데, 약간의 설렘을 더해서 지난밤 체크아웃할 때 미리 써둔 배우자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플로우를 추가했어요.

(본업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보니 전문 디자이너 분들께는 약간의 실눈?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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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주의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앱 열었을 대 대문짝~만하게 이용자 분께 아침인사를 공손히 먼저 올리고 하단에 버튼을 배치했어요.

부제는 간단해요 그냥 "오늘 하루, 좋은 기분으로 시작해 볼까요?"인데 일부로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지는 은닉했어요. 왜냐면 만약 앞에서 일정과 어제 배우자가 보낸 메시지가 있는데 확인해 봐라 하면 십중팔구는 그냥 캘린더 탭 눌려서 일정 보는 게 더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누르진 않을 거거든요.


이후 버튼은 최대한 줄이고 화면 전체 탭을 통해 흐름을 타고 가도록 설계했어요. 처음에 하단에 Box형태의 버튼으로 시도해 봤었는데 내용을 몰입하는데 오히려 방해돼서 흐름이 잠시 멈추는 구간에만 특별히 Text형태의 버튼으로 가볍게 다음 스탭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시도했어요.


그리고 끝 마무리로 이용자 분께 마무리 멘트로 좋은 하루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면서 마무리했죠.

아직 위 이미지는 최적화 진행 중이고 중간에 또 이용자 분들께 유익한 기능들이 추가될 예정이고 제거된 것도 많아요.


제거된 것들 되돌아보면~ 닫기 버튼이라던지 (온전히 경험하기도 전에 목적을 달성하고 이탈해 버리는 분들이 계셔서 과감히 제거했어요.), 관계에 대한 명언, 관계에 대한 팁 (이건 극단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는데 민감하신 분들은 호였지만 반대 이신 분들은 불호하시더군요.)도 있었고요.


지금은 또 고민인 게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좀 더 두 분 사이에 영감을 줄 만한 요소들을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마무리

뭔가 구구절절 많이 하긴 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딱 이겁니다.

제품의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해선 고객 시각에서 바라보고 설계하라.


더 이어 말하진 않겠습니다 ㅎㅎ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나름 소소한 영감이 되시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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