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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트기 위한 삽질

삽질을 해도 전략적으로 해야하는 이유

by David Ha

전략이라는 것이

개발자 입장에선 기획자가 제시한 요구사항과 목표를 바탕으로, 개발팀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이를 구현할지 논의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기술 설계 방향을 문서화한 것이 바로 Tech Spec(Technical Specification) 이다.


보통 대부분 개발자들이 회사에서 집중하는 부분이다.


또 한편으로는 작은 스타트업이나 유저 친화적인 팀에서 개발자는 그래도 고객 중심 사고를 기반으로 기획자, 디자이너랑 업무 선 구분없이 긴밀하게 논의하고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크고 작고를 떠나서 고객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열심히 만들고 개선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다들 분주하게 열심히 일을 한다.


비유를 하자면, 수 많은 고객의 일상을 하나의 커다란 흐르는 강이라 하면 우리는 원하는 목표지점까지 강물이 흐를 수 있도록 삽질을 하며 물꼬를 트는 거랑 똑같다.


수년간 수 많은 동료들과 개발을 해오면서 되돌아 봤을 때, 물론 잭팟마냥 물이 콸콸 흘러 넘치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구덩이만 파놓은 말 그대로 삽질만 한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런걸까?


나는 운좋게도 최근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This is Strategy Seth Godin) 을 읽고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전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왜 구덩이만 파놓은 삽질을 많이 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명료해짐과 동시에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강이 흐르는 것을 먼저 파악한다

보통 대부분 뭔가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번뜩이면 그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하고 망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흐르는 강을 파악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삽질을 먼저 시작해서 구덩이를 파냈지만 파고나서 둘러보니 주변에 흐르는 강이 없는 경우도 적잖아 있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 도박하듯이 물(돈)냄새가 나서 희망회로 돌리면서 파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음

- 지나친 완벽주의에 빠져 6개월간 열심히 깊게 파냈지만 결국 반응이 없음

- 운좋게 잠깐 물이 들어 오긴 했지만 지속적이지 못해서 메말라버린 경우

등 이 있었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로 문제를 풀겠다면 어떤 고객의 문제를 풀지 정하고 큰 강에서 부터 시작해서 내가 목표로하는 이상으로 도달하기 까지 거리가 짧은 강 물줄기를 찾아내는게 가장 중요하다.

비록, 작더라도 잘 파내서 유속을 빠르게 만들어 내기만 하면 큰 강에서 물이 따라올 테니까


"이거 그냥 작은 시장에서 페르소나 잘 정의해서 하면 된다랑 같은 소리아닌가?" 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물줄기만 찾았다고 파내기만 해도 잘되지 않는 그 다음 이유는 찾은 강이 어떤 식으로 흐르고 있는지 깊게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다.


강이 흐르는 건 알지만 그 흐르는 강에 대해서 깊게 잘 알지 못한다는 것

즉, 아이디어도 있고 어떤 고객을 해야할 진 알지만 그 고객에 대해서 심리나 사고, 행동까지 잘 모른다는 것이랑 같다.


결국 주로 실수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 어떻게 온보딩 시켜서 제품을 경험하게 만들까?

- 이런 기능 붙이면 쓰지 않을까?

- 이런거 있으면 좋을꺼 같다.


잘 알아야한다. 마치 연구학자처럼 치열하게 분석하고 구조를 잘 파악해서 알아야지 목표지점까지 물이 흘러가도록 얕게 팔지, 깊게 팔지, 옆으로 더 넓게 팔지 전략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길을 트는 전략

가장 좋은 방법은 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스 고딘이 제안한 방식중 역설계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1. 최종 목표 상태를 정의한다.

2. 고객이 목표 상태에 도달 할 때 생기는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3. 그 상황이 생기기 위해선 고객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가?


그 이후 부터는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아주 잘하는 것들이다.


4. 그 행동을 유도할려면 어떤 UX/알림이 필요한가?

5. 그 경험을 처음부터 겪게 하려면 온보딩은 어떻게 하면 좋은가?


위에 나열한 것을 반대로 5번부터 시작해서 1번으로 가는 여정이 목표 지점까지 강에서 부터 물이 흘러가는 길이자 이것이 전략이다.


4,5는 반복적으로 많은 시도와 실험을 하면서 고객에게 제공 및 배포를 하면 되고

인류나 사회에 해가 되지 않는 이상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는 없듯이 1은 대부분 좋은 아이디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해선 2, 3에 대한 전략을 잘 구상해야하고 잘 구상하기 위해선 깊은 이해는 필수다.


마무리

비록 엉뚱한 삽질을 하더라도 그 과정 또한 배울 경험은 많다만 이미 겪은 것을 또 같은 방식으로 삽질하는건 시간만 버리고 얻는게 없기 때문에 불행하고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 왕이면 앞서 이야기 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은 물줄기라도 흐르게 하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여러번 시도하며 반복하다보면 서해로 흐르던 큰 강을 동쪽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생길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구덩이만 파내고 있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소소한 글 이만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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