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입소하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오는 길>
지금은,
오늘 요양원에 입소하시는
98세의 할머니를
차로 모시고 요양원으로 들어오는 길이다.
할머니는 뒷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며 끊임없이
한숨만을 내쉬며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계신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일본 작은 도시의 한 시영 아파트에 사셨던 할머니는
이제 곧 요양원에 입소함과 동시에
반평생 사셨던 본인의 아파트를 시(市)에 반납해야 한다.
생활보호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법이 그렇다.
"내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는구나"
"내 인생에 마지막으로 살아야 하는 곳으로 이제 가는구나"
"내가 이 도시에 처음 이사를 왔을 때, 지금 보이는 이 모든 곳이 논과 밭이었는데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구나."
"내가 어렸을 때에는, 나도 부모님께 사랑받는 아이였는데, 이제 내 인생이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내 사랑하는 아버지가 나를 빨리 데리러 와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내 소원처럼 되지 않는구나"
할머니가 나를 향해 하는 말이 아니다.
본인의 혼잣말이자 한탄이다.
얼마나 서글플까.
인생의 마지막이 될 이사를 하시는 할머니.
마지막 이삿짐이라곤,
고작,
낡고 구겨진 백화점 쇼핑백 두 개뿐.
숱한 흥망성쇠를 겪고, 결국 폐업해 버린
일본에서 꽤나 유명했었던 한 백화점의 종이 쇼핑백이다.
오래되어 색 바랜 종이 쇼핑백.
이 종이 쇼핑백도 처음엔 아이의 피부처럼 깨끗하고 빛이 나고 있었겠지.
빳빳한 표면에 깨끗한 글씨로 백화점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겠지만,
이제는 낡아 구겨지고 주름져
백화점 상호조차 색이 바래 볼품없는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할머니가 품에 안고 있는
색 바랜 종이 쇼핑백을 보고 있노라니,
인생의 싱싱한 시절을 모두 떠나보내고 이제는 노랗게 변해버린
할머니의 초라한 노년기 같아 서글프다.
할머니가 품에 안고 있는
여기저기 구겨진 종이 쇼핑백을 보고 있노라니,
생기 있는 피부는 세월과 함께 흘려보낸 후 딱딱하게 남아있는
할머니 얼굴의 움푹 파인 주름살 같아 서글프다.
두 손에 소중히 품고 있는
초라한 종이 쇼핑백 속의 이삿짐이라곤
가족들 사진이 있는 낡은 액자 두 개와
평소에 입으시던
허름한 옷 몇 벌 그리고 오래되어 색 바랜 내복 두어 벌이 전부이다.
초라한,
본인의 마지막 이삿짐을
가슴에 꼭 품은 채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너무 서글프다.
내 어찌
이 분의 허탈하고
속상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