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어려웠던 재일교포 2세 할머니의 시댁살이>
홍할머니는 재일교포 2세 이시다.
일제강점기에 부모님이 배를 타고 일본으로 오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할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서 계속 일본에서 사셨던 분이다.
이 할머니는 다른 재일교포 어르신들과 약간 다른 어린 시절을 살아오신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재일교포 어르신들의 어린 시절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굉장한 차별을 당하며, 재일교포들이 주로 모여사는 동네에서 모여 살았던 것으로 다른 분께 들었었는데, 이 분의 어린 시절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엔 주변엔 한국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가 보다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다른 재일교포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나로서는, 약간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초중고를 다시셨던 할머니는, 일본어를 주로 사용하신다.
한국어는 아주 약간 이해하시긴 하시나 거의 못하신다.
그러나 본인의 정체성은 분명히 한국인으로 정하고 있으며, 한국인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다.
현재 이 할머니는 초고령으로 걷지 못하시고 침대와 휠체어를 이용하여 생활을 이어나가시고 계신다.
......
어느 날 아침.
내가 아침식사를 쟁반에 담아, 홍 할머니의 방으로 가져다 드리며 한국말로
"할머니, 식사 잡수세요~"
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런 내 모습을 보시더니, 옛날 생각이 난다며 일본어로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난 결혼 전까지 일본말만 하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 오사카에 있는 시댁에서 살았었어. 나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니까, 남편에게 한국어를 조금씩 배워서 말했었지. 시아버지께 '아버님 친치 잡수세요'라고 열심히 말하면, 시아버지는 열심히 한국어를 하는 나를 너무 예뻐하셨어"
"-친치- 가 아니라 -진지- 겠죠"
"응, 진지"
그리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하루는 -오야스미나사이(잘 주무세요 라는 의미를 지닌 일본어)-라는 뜻을 가진 한국어를 남편에게 배워, 그날 밤 시아바지에게 한국어로 천천히 말했는데, 시아바지가 큰 소리로 웃으면서, -그래 새아가, 너도 잘 자거라-라고 하셨어. 그때는 왜 웃는지 이해를 못 하다가 나중에 이유를 알았단다. 호호호"
"한국말로 뭐라고 하셨는데요?"
"잘 주구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