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가는 길

-충남 용봉산, 덕숭산 1일 2 산 산행기

by 홍삼이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경기도에 접어들며

점점 속도를 늦추었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 탓인지 관광버스와 자가용이

뒤엉켜 도로는 점점 붐볐다.

화성과 평택 산업단지를 지나며 산업용

차량들까지 더해지자 고속도로는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도로 옆엔 개인사업체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간판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경기가 어렵다" 걱정이다.


대학 4학년인 늦둥이 아들은 이제 마지막 학기만 남았다. 최근 대기업 서류전형을 통과했지만,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날들 속에 나 역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차창 밖 풍경을 보며 묵직한 생각들이 따라붙는다.


수확을 마친 들녘에는 하얗고 연두색의

곤포 사일리지가 군데군데 놓여있다.

원주형의 곡선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추수한 논에 곤포 사일리지의 모습

서해대교를 건너며 제법 속도를 낸 버스는

오전 10시경 용봉초등학교 입구에 도착했다.


'충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은 비록 해발이

381m로 높진 않지만 산세가 수려하다.


투석봉, 노적봉, 악귀봉, 삽살개바위등 개성 있는 이름의 바위들이 이어지고, 바위틈에 뿌리내린

키 작은 소나무는 짧은 체구에도 굵은 가지를

내뻗고 있다.


용봉산의 각종 바위와 바위틈에 뿌리박은 소나무

산아래 마을에는 무슨 행사를 하는지

사회자의 목소리가 웅웅대는 스피커를 통해

용봉산 계곡을 어지럽힌다.


정상에서 만난 두 명의 동남아 처녀들이 사진을

찍어달라며 스마트 폰을 내민다.

예쁘게 찍혔는지 웃음을 보이며, 엄지 척을 하며 인사한다.


용봉산을 내려와 산악대장이 나눠준 안내도를

들고 덕숭산으로 향했다.

임도를 따라 걷다 보니 과수원과 배추밭이

넓게 펼쳐진 산골 마을이 나타났다.

큼직한 사과와 속이 꽉 찬 배추는 가을의

넉넉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오솔길에는 40대로 보이는

여인이 밤나무 아래에서 사내아이와 밤송이를

까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승복을 입은 여승 세 명이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간다.

길을 세워 수덕사와 덕숭산 가는 길을 물었다.

작은 저수지를 끼고 왼쪽으로 가라며 상세히

알려준다.


덕숭산 가는길, 가녀린 코스모스와 누렇게 익은 벼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도, 오래된 시간의 흔적은

설화가 되어 내려온다.


수덕사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나는 수덕 도령과 덕숭 낭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또 하나는 공양주로 변신한 여인과 정혜의

전설이다.


산사가 여행 온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식당을 잡았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여정을 정리하였다.


산아래 작은 마을에서의 떠들썩한 확성기 소리,

갖가지 바위가 인상 깊었던 용봉산,

바위를 쪼개며 세월을 이겨낸 작달막한 소나무, 용봉산에서 하얗게 웃던 동남아 처녀들의 행복함,

익어가는 가을의 산골 마을의 과수원과 배추밭,

코스모스, 벼가 누렇게 익은 길에서 만난 친절한 여승,

설화를 음미하며 걷던 수덕사...


산행을 리뷰하는 지금,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수덕사 일주문 및 대웅전

●산행정보


•산행일 : 2024년 10월 12일


•시간대별 산행코스

09 : 59 용봉초등학교 입구

10 : 10 미륵암 미륵불

10 : 32 투석봉

10 : 40 용봉산 정상

11 : 35 뫼넘이 고개/ 가루실 고개

12 : 31 수덕고개

13 : 32 덕숭산 정상

14 : 01 수덕사

14 : 41 수덕사 주차장


•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12.5km, 4시간 40분


수덕사 가는 길

최 경 선


장삼자락 멈추듯

확성기 음이 산중에

단속적이다


쪼개진 바위틈에 뿌린 내린

소나무 한 그루,

"뭐가 그리 힘드냐"며

지긋이 째려본다


배추는 청사초롱,

둥그런 사과는 연등되어

산사길을 은은히 밝힌다


가녀린 코스모스 오솔길 따라,

바랑 멘 여승이

어딘가 바삐 스쳐간다


하얀 버선꽃 피는 봄날,

다시 찾아

도령과 여인에게

누가 수덕인가 물어보리라


용봉산,덕숭산 정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