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원, 물놀이장, 시인의 詩 속에서
최경선
자지러지게 울던 매미도
미친 더위에 날개를 접고,
강아지풀과 달개비꽃도
축 늘어져 쉼을 택했다
챙 넓은 모자에
접부채 연실 날리던 노인,
긴 한숨을 토해낸다
무지개 광선이
광장 분수에 아이를 모으고,
더위는 웃음마저 태워버린다
바람 한점 없는 한여름,
언제쯤 추풍으로 도망칠까
폭염 속에 시간은 늘어져도
내 마음의 세월은
멈추지 않으리
기온은 아침부터 30°를 훌쩍 넘겼다.
산책을 나왔던 홍삼이(반려견)도
헐떡이며 얼른 들어가자고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햇살은 이제 '빛'이 아니라 '열'이었다.
매미들도 한참을 울어대다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너무 더워 체력마저 방전된 듯했다.
공원 의자에 앉아 긴 챙 모자를
눌러쓴 노인,
연신 접부채질을 하다
이내 손길을 멈추고
더위에 지친 걸음으로 아파트 안으로 사라진다.
안양천 물놀이장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와
물놀이터에 웃음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어 보지만 그 웃음도 금세
더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여름, 그 중심에 서있는 지금.
'시간' 조차 게으른 것 같다.
가을의 문턱이 보이지 않는 더위속에서
'추풍'을 기다리기엔 너무 이른 것일까?
문득, 얼마 전 도서관에서 읽었던
한 시인의 문구 중 공감하는 구절 일부를
발췌해 적어본다.
"뜨거운 볕이
아직 마당을 지킨다
매미는 목청을 다해
여름을 다 쓰고 있다"
"선풍기 옆 그늘에서
나는
풀벌레 한 소절을 기다린다"
"언젠가 새벽
문득 스며들 그 조용한 가을
그것 하나 믿고
오늘도 더위를 견딘다"
이 시인도 나만큼이나 가을을
절실히 기다렸던 것 같다.
좋아하던 산행도 장마와 무더운 탓에
한 달 넘게 쉬었다.
입추도 열흘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견디면,
지금 이 36.8도의 숨 막히는 더위도
결국 시들어 도망가겠지.
-쉼터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해 가을바람을 기다리며,
이 여름의 한 페이지를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