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면서 표현하는 개성 : 타투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by 루이덴



내가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를 해외에서 살아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종종 생각해 보는데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나라나 문화와 상관없이 '나'라는 개인의 취향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아서. 내가 아무리 미국에서 오래 살았어도 그 나라의 파티 문화 같은 거에 감흥 받은 적 없고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책을 읽으며 내면을 쌓고 일기를 쓰며 생각을 정리했던 건 똑같으니까.


각설하고.


나는 고등학생 때쯤부터 타투에 관심이 생겼던 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처음 타투를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미국에서는 18살부터 타투, 피어싱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단 18번째 생일에 친구와 함께 동네 쇼핑몰의 피어싱샵에서 귀를 뚫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성인이 되면 귀를 꼭 뚫겠다며 귀걸이를 사 모았었는데 드디어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룬 것이다. (그 후 피어싱은 11개까지 늘었다가 현재는 왼 3 오3 으로 정리하였다) 그다음 버킷리스트가 타투였는데, 다행히 어린 마음에도 타투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어디에 어떤 도안을 하고 싶은지를 꾸준히 구상했었다.


그렇게 대학교에 진학한 뒤, 내가 직접 그려간 도안으로 뒷 어깨에 새긴 것이 나의 첫 타투였다. 빛나는 별을 따라가는 날개 달린 물고기가 그 디자인이고, 으레 많은 타투들이 그렇듯 나에게만 의미 있는 도안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비전문가의 단순 디자인이었기에 그 후 받게 된 타투들과 비교하면 - 그리고 내 타투들 중 유일한 미국 샵에서 받은 타투라서 인지도 모르지만,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디자인에 비교하면 - 참으로 투박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애정하는 타투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는 타투가 나름 많은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취향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강하고 무엇보다 사회에서의 내 입장이나 선택을 줄일 수도 있는 결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 타투들은 다 숨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민소매는 절대 입지 않으므로 윗 팔, 노출이 심한 옷은 입지 않으므로 윗 등 같은 곳. 새로운 타투를 안 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이유는 나이가 들 수 록 디자인과 위치에 더더욱 신중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일단 내가 기본적으로 타투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예약하고 샵을 방문하면 아직 비어 있는 팔꿈치 아랫부분이나 다리 등에 위치 추천을 많이 해주시는데, 원할 때 가릴 수 없는 위치는 절대 받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의 내 원칙이기 때문에 그 기준 상 받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도 하고 가격적인 면도 그렇고 여러 가지 고려해봐야 하는 요소들이 많은 것 또 한 사실이다.


내 타투들에 대한 의견은 당연히 갈린다.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은 예쁘다고 좋아하지만 부모님은 당연히 좋아하지 않으신다. 부모님 반응이야 당연하다고 생각되어 싫어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다. 타투 자체도 싫으시겠지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사회적 인식에 대한 걱정이 더 크시기에...! 나도 인터넷이나 뉴스 등을 보며 여론이나 사람들의 반응 (문신충이란 표현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 등을 보며 그저 내가 더 잘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인들이 좋아해 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 나름 생각해 본 점은 나의 타투들은 대부분이 귀엽고 예쁜 디자인이라는 점인 것 같다. 내 타투를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고 타투이스트분 정보를 물어본 지인들도 꽤 있는 걸로 보아 나의 타투 취향이 그래도 거부감 드는 쪽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 그리고 일단은 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칭찬을 해줄 수도 있고 또 결국은 남이기 때문에 (내 일이 아니니까) 좀 더 아량을 베풀 수도 있겠지 싶다. 타투 관련 제일 흥미로웠던 경험은 어느 더운 여름날 지하철에 서 있었는데 손잡이를 잡느라 손을 올리고 있어서 소매가 살짝 내려가면서 타투가 보였던 것 같다. 앞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서 내 팔을 유심히 보고 계셨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니 팔에 그림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신 것.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 타투 때문에 피해를 본 일은 없는데, 호불호 갈리는 장르라는 것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고 비타투인보다 타투인이 소수라는 점을 생각해서 내가 더 똑바로 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런 나 조차도 타투 디자인들에 따라 호불호가 있기 때문에 타투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 뭐라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


내 타투 사진들을 올리기는 애매하므로 내가 좋아하는 타투이스트 분들의 인스타 올리며 마무리해 본다. 진짜 최소 10명은 넘는 타투이스트 분들을 만난 것 같은데 (세상은 넓고 예쁜 도안은 많기에 한 분에게 꾸준히 받는 분들 너무 존경스럽다...) 일단 아래 리스트에서는 라포님 외에는 전부 내가 직접 타투를 받은 분들로 모두 너무 친절하시고 실력도 최고 셔서 두 번 이상까지 받은 분들도 있다! 다른 한 분도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내가 타투를 받았을 때와 현재의 작업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셔서 정말 좋아하는 분이지만 리스트에서는 제외하였다. 이 외에도 여러 타투이스트분들께 받았지만 물론 그중에는 정말 불친절해서 다시는 찾아가지 않은 타투이스트(들)도 있다. 신기하게도 그들 대다수는 현재 타투를 하고 있지 않더라. 인성은 드러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손님이 계속 올리가 없겠지.


타투이스트를 정할 때 내 나름의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1) 도안이 취향일 것: 내 몸에 영원히 남아 있을 흔적이니 유행에 휘둘려선 안된다

2) 서울일 것: 타투받자고 전국팔도를 돌아다닐 의지까지는 없다

3) 여성일 것: 등이나 팔 같은 위치긴 하지만 어쨌거나 동성이 편하니까 중요하다


- 지화님 Zihwa

- 시시님 Sisi

- 마기님 Maggi

- 정력공원님 Sinew

- 라포님 Rap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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