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교과서에서만 배웠는데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이 “사람 때문에 힘들어요”라고 말할 때,
그 '사람'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있겠지만,
꽤 자주, 환자와 보호자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환자는 아프고, 보호자는 아픈 환자를 간병 중입니다.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태인 만큼,
일반적인 '손님'보다 훨씬 더 까칠하고 예민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병원생활이 긴 환자나 보호자일수록,
어리고 미숙해 보이는 신규간호사에게
‘말은 안 하지만 불신을 전제로 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죠.
그 불신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면,
라포(Rapport) — 신뢰감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정말 실무 생존 스킬에 가까워요.
요즘 환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개인적인 공간’을 민감하게 여깁니다.
다인실이라 해도, 커튼이 닫혀 있는 상태라면
“김OO님~” 하며 갑자기 확 들어가는 건 큰 실례가 될 수 있어요.
옷을 갈아입고 계셨을 수도 있고,
소변기 사용 중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커튼을 열기 전에, 병실 문을 열며 먼저 인사하고,
“들어갈게요”라는 말 한마디를 꼭 해주세요.
또한, 행위에 대한 설명도 매우 중요합니다.
설명은 신뢰의 시작이에요.
환자가 묻기 전에 먼저 설명해주세요.
그게 “처음 보는 간호사”에 대한 경계를 조금이나마 낮춰줍니다.
(자세한 표현법 : 출근길(20) ‘쉬운 말, 어려운 말, 웃긴 말’ 편 참고!)
요즘 엘리베이터에서도 인사 잘 안 하는 세상인데,
“환자랑 스몰토크요?” 하고 놀랄 수 있지만,
짧은 여유가 있을 땐, 잠깐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중요해요.
(물론... 신규간호사에게 여유라는건 사치겠지만,
환자의 수액을 갈아주러 갔을 때 그 짧은 순간만이라도요.)
가끔 간호사와의 대화를
진심으로 반기는 환자분들도 계시거든요.
특히 간병인이 없는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는 더더욱.
그리고 그 대화에서 얻은
환자 본인의 성격, 옆 병실의 사소한 소문(?), 보호자 패턴 등등이
나중엔 의외로 강력한 정보력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대화 마무리는 정중하게 끊는 센스도 필요해요.
간호정보조사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늪- 글 참고!)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과한 친밀감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친하다’고 느끼게 하면 불쾌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이건 정말 ‘눈치’의 영역이라,
라포가 좋은 선생님들 관찰하면서,
언제 열고 언제 닫을지를 익히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특히,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거는 환자들도 있어요.
그럴 땐 억지로 열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문을 살짝 열어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라포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라포가 쌓이면 좋은 점도 있지만,
정이 쌓이면 더 아픈 순간도 생깁니다.
환자가 돌아가시면요.
이건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늘 마음 한켠에 남는 감정이에요.
그렇다고 정 안 들 수는 없고…
이 모순 속에서, 우리는 간호를 합니다.
결국에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이지만
신뢰감 형성은 간호라는 목적에 반드시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