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레이더 조 가방에 설렐까

명품은 무릎 위에, 트조 백은 바닥에

by Susie 방글이




요즘은 SNS마다 트레이더 조 가방이 여기저기로 도배되고 있다. 그 열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며칠 전에는 트레이더 조에서 또다시 가방 이야기가 들려왔다. 마이크로 초미니 백, 시즈널 그린 컬러의 커다란 장바구니에 이어 이번에는 미니 토트백 신상 소식이었다. 또 한 번 나를 트레이더 조로 향하게 만드는 뉴스였다. 장바구니 라인업에 '다음'이 생긴다는 사실부터가 이 마트가 예사롭지 않다는 증거다.


명품은 가격표부터 떠올리게 하지만, 이 가방은 이번엔 어떤 색일지부터 궁금해진다. 가격이 아니라 컬러와 사이즈를 고민하게 만드는 가방. 이런 마트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 토트백을 보고 있으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명품백은 그 특유의 기품과 상징으로 존재를 증명하지만, 이 가방은 애초에 그런 경쟁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장을 보러 갈 때 쓰라고 만든, 목적이 아주 분명한 가방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 단순한 장바구니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서 제법 당당한 존재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 힘은 실용성과 재미, 그리고 생활력 같은 묘한 매력에서 나온다. 명품백의 세계에는 암묵적인 원칙이 있다. 하나를 잘 사서 오래 들자는 것. 그래서 컬러별로, 사이즈별로, 계절별로 모으는 일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방은 곧 소유의 대상이자 관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가방 앞에서는 그 원칙이 쉽게 무너진다. 하나 들다가 마음에 들면 자연스럽게 이런 독백이 따라온다. 이번엔 빨간색, 저 옆에 있던 파란색도 괜찮은데. 여행용으로는 조금 더 큰 게 낫겠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랍 하나가 이 장바구니 전용 공간이 되어 있다. 명품처럼 결제를 앞두고 심호흡할 필요도 없다. 커피 몇 잔 값으로 컬러 컬렉션을 만들 수 있는 마트라니, 이건 아무래도 반칙에 가깝다.


더 신기한 장면은 한국에서 벌어진다. 트레이더 조가 없는 나라임에도 이 토트백은 꽤 자주 눈에 띈다. 카페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그렇다. 없는 마트의 가방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일상에 섞여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갈 때 이 가방과 간식 몇 봉지를 꼭 챙긴다. 가볍고 부담 없고, "이거 미국에서만 파는 거야"라는 설명까지 덤으로 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안전한 선물도 드물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미국에 사는 지인이 한 명쯤은 꼭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지인은 한 번쯤 이 마트 쇼핑을 부탁받아봤을 것이다. 가방 하나, 과자 몇 봉지쯤은 거의 기본 코스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도 든다. 이 마트는 한국에 매장 하나 안 내면서도 꽤 성실하게 영업 중인 셈 아닌가. 계산대는 미국에 있고, 소비는 태평양을 건너 이루어지니 말이다.


리밋으로 태어난 트조 백, 오늘만 자유.


시즈널 그린 라지 백 & 마이크로 미니 백 – 동전 지갑 딱 맞춤


미니 초록 솔드 아웃, 이미 있는 라지 초록… 아쉬운 대로 노랑!


이분들처럼 했어야 원하는 색을 살 수 있었구나...


이 가방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삶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에 젖어도, 접어 넣어도, 이것저것 담아도 부담이 없고, 기념품을 넣어 가볍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그래서 이 토트백은 멋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어느 순간 일상의 일부가 된다.


명품백이 관리 대상이라면, 이 가방은 함께 움직이는 동행자에 가깝다. 그래서 여기에 에피소드가 생긴다.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나는데 앞사람도, 옆사람도, 뒤사람도 같은 토트백을 들고 있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서로 말을 걸진 않지만, 잠깐 스치는 눈빛 속에는 "아, 우리 같은 편이네"라는 인사가 오간다. 낯선 공간에서 생기는 이 작고 묘한 연대감은 명품백으로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가방 하나를 보며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왜 그동안 가방 하나에 그렇게까지 마음과 돈을 올인해 왔을까. 명품백은 조심스럽게 들고 다닌다. 카페에 앉으면 가방을 내려놓기 전부터 의자 상태를 살피고, 걸 수 있을지 계산하다가, 결국 무릎 위에 올려둔 채 불편한 자세로 커피를 마신다. 잘 들고 다니자고 산 물건이 가장 불편한 존재가 되는 순간이다.


이 가방은 그 반대다. 아무 데나 내려놓을 수 있고, 막 써도 괜찮은데 그래서 오히려 더 애정이 생긴다. 높이 올려놓지 않아서 오래 곁에 남는 것. 이 토트백은 명품을 부정하기보다 우리가 명품을 대하는 태도를 조용히 되묻게 만든다.


컬러별로, 사이즈별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자유와 시즌마다 "이번엔 뭐가 나왔지?"하고 괜히 설레게 만드는 가벼운 기대감. 오직 이 마트만이 그 흔한 장바구니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니 명품은 특별한 날에 들고, 일상의 무게와 사소한 웃음은 이 가방에게 맡기면 된다. 우리가 매일 들고 다니는 건 결국 브랜드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차 안 동전도, 작은 웃음도 트조 백에 맡기자


이제 난 명품보다, 하루가 가벼워지는 트조 토트백이 좋다. 내 지갑과 남편이 행복하게 웃는다.

keyword
이전 17화디저트 말고, 후식으로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