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생활에 너무 잘 섞여버린 가방
*트레이더 조 가방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는 글 아래에 링크로 덧붙였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나는 트레이더 조 백이 왜 그렇게 설레는지에 대해 썼다. 명품은 조심히 들게 되고, 트조 백은 아무 데나 내려놓게 된다는 이야기. 가방 하나가 생활의 태도를 바꾼다는, 다소 진지한 결론까지 갔다.
그런데 글을 쓰고 나서도 마음 한켠에는 질문이 남았다. 이렇게 인기라면서, 매번 품절이라면서, 정작 길에서는 왜 잘 보이지 않을까.
새로운 가방이 나올 때마다 트레이더 조에 가면 늘 품절이다. 트레이더 조 가방은 늘 없다. 없어서 못 산다. 진짜다. 매번 매대는 비어 있고, 직원은 미안한 얼굴로 말한다.
"어제 다 나갔어요."
그 말을 듣고 매장을 나서면 나는 괜히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 오늘은 들고 다니는 사람을 한 명쯤은 마주칠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없다. 오늘도 없다. 이쯤 되면 가방이 아니라 도시괴담에 가깝다.
미국은 에코백의 나라다. 뉴요커는 가방에 책을 넣고, LA 사람은 장을 보고, 동네 엄마들은 체육복을 쑤셔 넣는다. 브랜드도 다양하다. 전시회 기념 가방, 책방 가방, 정체를 알 수 없는 토트백까지.
도시를 걷다 보면 사람 수만큼 가방이 보인다. 그런데 그 와중에 트레이더 조 가방만은 유독 눈에 띄지 않는다. 매장에서는 늘 화제인데, 생활 속에서는 좀처럼 마주치지 못한다.
이유를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요즘 미국의 많은 마트들은 쇼핑백에 돈을 받는다. 계산대에서 봉투 하나 더 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붙는다. 그런데 트레이더 조는 다르다.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무료로 일회용 종이 쇼핑백에 장을 담아준다.
가방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꺼내지 않아도 되고, 괜히 의식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매번 품절이라는 트레이더 조 가방이 있음에도, 막상 장을 보면서 그 가방에 담아 가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그냥 종이백에 담아 집으로 간다.
없어서 못 판다면서, 정작 계산대 앞에서는 종이백이 기본값이다. 가방이 없어서 불편한 순간이 생기지 않으니, 굳이 그 가방을 '사용해야 할 이유'도 생기지 않는다. 이쯤 되면 트레이더 조 가방은 쇼핑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쇼핑 이후에 남는 물건에 더 가깝다.
그래서 그 가방은 자연스럽게 집으로 들어간다. 내 차 트렁크 안에서도 그렇다. 장을 보고 돌아오면 트조 백은 그대로 트렁크 안에 남아 있다. 다음 장을 볼 때까지, 아니면 무언가를 옮길 일이 생길 때까지. 꺼내 들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고, 없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집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현관 옆이나 팬트리 근처, 늘 쓰는 것과 안 쓰는 것 사이 어딘가에 조용히 걸려 있다. 있는 건 알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물건처럼.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이 가방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가방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리듬 차이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트레이더 조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너무 일상적인 공간이다.
장을 보러 가는 곳이고,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다. 그래서 그곳에서 산 가방도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간다. 쓰려고 사는 물건이라기보다, 있으면 되는 물건에 가까워진다.
한국에서는 이 풍경이 성립되지 않는다. 트레이더 조가 없기 때문에, 그 가방은 이미 특별한 출발선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 다녀왔고, 누군가는 부탁했고, 그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왔다는 맥락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 가방이 집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밖으로 나온다. 들고 다니는 순간, 그 이동 경로까지 함께 드러난다.
같은 가방인데, 놓이는 자리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너무 익숙해서 굳이 꺼내 보일 필요가 없고,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가방이 ‘보이는 물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디서 샀는지, 누가 사다 줬는지,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가방이 ‘기능하는 물건’에 가깝다. 담고, 옮기고, 내려놓는 역할을 하면 충분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트레이더 조 가방은 어쩌면 너무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가는 가방, 장을 담는 가방, 필요할 때 꺼내는 가방. 생활 안에 완전히 흡수되면, 굳이 존재를 증명할 이유가 없다.
없어서 못 파는데, 안 보이는 가방. 어쩌면 그건 이 가방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너무 성공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에 완전히 편입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가 살아온 자리에서, 내가 지나온 하루 속에서 반복해서 느낀 관찰일 뿐이다.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집을 나서면, 우연히 트레이더 조 가방을 들고 가는 사람을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도 그 가방은 트레이더 조 매대에는 없고, 대신 누군가의 차 트렁크 안이나 집 어딘가에서 조용히 제 몫을 다하고 있을 테니까.
이쯤 되면 가방이 아니라 생활용품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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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참조:
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60110060020810
트레이더조 가방 첫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susieyou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