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 나의 기억
같은 장면을 두 사람이 보면 기억은 얼마나 달라질까. 남편은 기록했고, 나는 기억했다. 그의 시간은 오래도록 카메라 곁에 있었다.
그가 많이 만들었던 프로그램은 자연과 사람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태평양의 외딴섬에서는 파도와 바람 속에 어부들의 하루가 흐르고, 몽골의 끝없는 초원에서는 아이들이 바람을 가르며 뛰었으며, 네팔의 작은 산골에서는 가족들이 묵묵히 하루를 살아냈다.
티베트의 황량한 고원에서는 바람이 모든 것을 감싸 안았고, 유럽의 아기자기한 골목에서는 거리의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어울렸다. 시장에서는 상인들의 외침과 물건 부딪히는 소리, 숲길에서는 나뭇잎 스치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도 카메라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늘 '기다림'을 말했다.
사람은 억지로 말을 꺼내게 하면 안 되고, 자연은 조급하지 않다고. 카메라는 기다릴 뿐,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내놓을 때까지.
나는 그 바람을 직접 맞아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할 뿐이다. 그가 담은 사람들의 하루, 내가 기억하는 여운.
태평양의 작은 어촌에서 만난 노인, 몽골 초원의 뛰노는 아이, 네팔 산골의 가족, 티베트 고원의 고요, 유럽 골목과 시장의 생동감.
촬영을 다녀온 뒤, 그는 말보다 여운이 남는 듯했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오래 기다린 시간의 흔적이 그의 눈빛과 손끝에 남았다. 자연은 거대했겠지만, 그를 움직인 것은 늘 한 사람의 삶이었던 것 같다.
그는 카메라를 들었고, 나는 그의 조용해진 순간을 기록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서로 다른 마음으로 남긴 흔적.
이 연재는 자연과 사람, 클래식 음악을 찍은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오래 지켜본 한 여자의 겹쳐진 시선에 관한 이야기다. 여행기도, 다큐 리뷰도, 부부 에세이도 아니다.
단지, 같은 장면을 바라본 서로 다른 기록.
He says, She wr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