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찍지 못한 장면을 나는 기억한다

황량하고 슬픈, 그러나 살아 있는 티베트

by Susie 방글이




히말라야로 들어가는 길은 높아질수록 조용해졌다. 사람 수가 줄어서가 아니라, 말이 줄어서였다. 국경을 넘고 산을 돌고 또 돌아 도착한 곳에는, 고향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여행자가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돌아갈 곳이 있지만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티베트 이야기는 늘 그렇게 시작됐다.


그곳에서 카메라는 언제나 먼저 허락을 구해야 했다. 찍어도 되는지, 남겨도 되는지, 나중에 누군가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지. 대답은 늘 짧았고, 표정은 오래 남았다.


누군가는 얼굴 대신 손만 찍어 달라고 했고, 누군가는 뒷모습이면 괜찮다고 했다. 어떤 노인은 카메라를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그 장면을 찍지 않았다.


티베트에서의 촬영은 조심스러웠다. 카메라를 드는 일이 기록이 아니라 흔적이 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잘 웃었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고, 한 곳에 모여 이야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가까이 지나가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끊겼다.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먼저 주변을 살피는 일이 말보다 앞섰고, 질문보다 침묵이 길었다. 그는 그때 카메라를 자주 내렸다. 찍을 수 있는데도 찍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다. 남기는 것이 기록이 아니라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곳에서 처음 실감했다.


멀리 보이는 티베트 간덴사원 고요히 서 있는 간덴사원. 세월과 바람을 견딘 성스러운 자리.


티베트 포탈라 궁 - 하늘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날개가 왕궁 앞에 내려앉아 있다. 서로 다른 시대의 힘이 한 자리에.


묵묵히 나아가는 당나귀와 지나가는 사람들, 고단한 삶과 일상이 교차하는 순간.


티베트 난민 할머니 두 분 (네팔) 고향을 떠난 삶의 무게가 눈빛에 스며 있는 할머니들, 침묵 속 굳건한 생의 흔적.


티베트 전통 가옥 위의 펄럭이는 오성홍기, 한 문화의 흔적과 또 다른 권력의 상징이 맞닿은 장면.


이후 네팔을 지나 인도 다람살라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의 표정은 조금 달라졌다. 같은 말을 해도 목소리가 더 길어졌고, 멈춤이 줄어들었다.


그곳에서 한 남자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젊은 시절, 떠나오기 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남편은 사진 속 손과 떨리는 숨을 카메라에 담았다. 얼굴은 오래 찍지 않았다.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티베트 난민 학교에서 만난 한 아이는 장난을 치고, 잘 웃던 아이였다. 그런데 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질문은 카메라 밖에서 나왔다. 남편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그 순간 오래 찍지 못했다. 아이 얼굴 대신 발끝과 손가락만 찍었다.


돌아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사건을 설명하는 말투가 아니라 기억을 더듬는 말투였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의 나이가 우리 딸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자, 나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같은 나이, 같은 또래인데, 누군가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돌아갈 집이 국경 너머에 있다는 현실.


그날 이후 그는 알게 되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사실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멈출 줄 아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떤 장면들은 방송에 나오지 않아야 비로소 지켜진다는 것도. 많은 장면을 찍었지만, 아마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찍지 못한 순간들, 아이와의 짧지만 깊은 시간이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 나라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남편은 그 삶을 바라보고, 느끼고, 기록했다.


티베트의 어느 시골, 하교 중인 아이들 (길에서 만남, 이동 중)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걸음 속에 하루와 희망이 담겨 있다.


집에 돌아와 그의 목소리와 표정 속에는 그 고통과 희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방송이 나가고, 화면 속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떠올렸다.


남편이 촬영하면서 느꼈을 감정—비슷한 역사적 슬픔을 가진 우리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함께였다. 우리가 길을 찾지 못했다면, 우리도 그들의 그림자 아래 흔들리는 풀잎처럼 살아야 했을까?


황량해서 아름다웠던 티베트의 땅, 그러나 슬펐던 땅. 남편은 그 땅을 다시 걷고 싶어 하고, 나는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그곳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시 가면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상상하며 남편은 마음 한켠에 여운을 남기고, 처음 밟는 나는 어떤 느낌일지 떠올려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같은 땅을 마음속에 겹쳐본다.


수도 라싸로 향해 오체투지를 하며 기도하는 사람들. 마을의 평화를 빌며 고개 숙인 사람들, 손끝과 마음으로 바람 속 희망을 담다.


우연히 이 글을 쓰다 본 드라마 속 대사, "화려한 우울." 왠지 남편 마음속 티베트의 풍경과 겹쳐지는 말 같았다. 그 땅의 고요와 슬픔, 희망과 기억이 한꺼번에 머무는 자리.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바람 따라 세워지는 집, 몽골 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