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질투

by 세모

질투는 강력하고 숨기기 어렵다.

서른 남짓 되어서 깨달은 사실이다. 주변의 성공을 축하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그 성공이 대단한 성공이 아닐지라도.


특히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의 성공 소식은 불안함과 동시에 질투가 증폭된다.

불가분 하게 나의 현 위치를 따져봄과 동시에 나와 그 사람의 위치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퇴사 후 카페를 열었다. 직장 생활에서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인 셈이었다.

'이제 다신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으리' 속으로 크게 외치며 나온 걸음이었다.

처음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성공까진 아니더라도,

여태껏 준비와 경쟁을 일삼던 과거에 비해 창업은 오히려 내 숨통을 틔웠다.

조금 늦게 취직한 기억, 직장 내 스트레스, 투잡으로 스트레스받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제 앞으로 원하는 일을 하며 지낼 거야.'


20대 중반, 알고 지낸 이들의 성공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했던 순간들이 잊히는 기분이었다.

주변 이의 사업 성공, 전문직 합격, 대기업 취직 등

소식을 들을 때마다 표정 관리를 하며 축하해 주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뒤처지는 기분에 씁쓸하고 불안했다.


내가 선택한 미래가 타의가 아닌 자의일지라도, 못마땅함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특별히 무엇이 되고 싶은 열정 가득한 마음도, 무엇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가 해볼 법한 직업을 리스트에 올리고 그중 가장 그럴듯한 직업을 선택한 것뿐이었다.

그럴듯한 직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거창하지 않았다.

직업이 화려하진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듣고 아,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적당한 직업, 주변과 비슷한 연봉.

그런데 내가 선택한 그럴듯한 직업이 되는 준비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졌으며

최종 목적지가 아닌 타협점을 찾아 직장에 들어갔으므로 자괴감이 밀려왔다.

내 주변에 비해 못한 나를 자조하며.




'어떻게 하지. 이도 저도 아닌 게 돼버린 게 아닐까. 내 인생은 별 볼일 없는 걸까. 난 왜 이거밖에 안될까.'

자조하는 시간과 함께 질투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자존감은 한 없이 떨어졌고, 내 존재 자체를 직업을 기준으로 스스로 점수 매겼다.


그렇기에 카페 오픈은 사업이 하고 싶었던 나에게 길을 열어준 터닝포인트 같은 이슈였다.

대부분은 번듯한 곳에 소속되어 다니므로

나에게 창업은 마치 경쟁선상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비교선상에 함께 오를 수 없는 다른 카테고리에 묶여버린 것처럼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초창기 카페를 열고는 정신이 없어서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못했지만, 한두 달 지난 후 연락을 이어가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다수 '갑자기?'라는 반응과 함께 작은 화분을 선물 보내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했다.




퍽 가까운 사이인 W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W는 나와 학창 시절 친구로 성인이 되어서도 1년에 두어 번 꼭 보는 사이었다.

연말 시즌에 '우리 언제 본거야. 한번 봐야지.'라는 안부 메시지가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는 그런 관계였다.


성격이나 가치관이 비슷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반대라고 느껴졌다.

20대 초중반, 나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 게 좋을지, 회사에 들어가야 할지, 사업을 해야 할지 저울질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W는 나처럼 미래를 저울질하며 준비하기보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장 들어갈 수 있는 회사에 빠르게 취직해서 일을 했다.


내가 잔잔한 연애를 한다면, W는 불꽃 튀는 연애를 했기에

남자친구로 고민하는 문제도 달랐다.


성격, 가치관, 남자 취향, 패션, 음식 등

모든 것이 맞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두 번 만나서 사는 이야기하고,

주로 남자친구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며 재밌게 지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맞지 않아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20대인 우리에게 사는 이야기라고 해봤자 직장과 남자 문제가 다였다.

미래나 직장 이야기는 해봤자 서로 공감의 폭이 좁으니,

주로 남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실상 나는 주로 듣는 쪽이었다.

원체 듣는 성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W는 연락하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가 항상 업데이트되었기 때문이다.


1년에 두어 번 만날 때마다 새로운 남자의 이름이 대화에 새롭게 등장했다.

회계사, 사업가, 대학 동기 등

한 3-4년 듣다 보니 언제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W의 매력이 뭐길래 이렇게 남자들이 끊임없이 연락이 오는 걸까라고.

나는 그렇게 새로운 남자가 매번 등장하지 않았기에 W의 매력이 궁금한 순간이 있기도 했다.




W는 가십을 좋아했기에 가십, 그리고 남자 문제를 들으며 가벼운 만남을 지속했으나

어느 순간 그저 그런 사이가 되었다.

30대에 접어들면서라고 해야 할까, 각자 결혼하고부터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의 흐름이 급격히 끊기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7년간 만난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고,

W 역시 꽤 오래 만난 상대와 결혼하게 되었다.


20대 시절, 화려한 연애를 했던 W의 결혼 상대는 직장인이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 성격이 동글동글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꽤 의외였다.

화려한 연애담을 듣다가, 실제로 만난 W의 결혼 상대는 화려한 느낌보다 평범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 결혼 상대가 평범하다고 하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달리

W의 결혼 상대가 평범한 느낌이라니 왜인지 모르게 의아한 기분이었다.

나와는 달리 W의 결혼 상대도 화려할 거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또한 내가 여태껏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건만 W에 대해 실상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W는 나와 비슷한 매콤한 신라면 같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삼삼한 국수 같은 성격이랄까.


10년 동안 알고 지낸 세월보다 예비 신랑을 만났던 하루를 통해

더 W에 대해 잘 알게 된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넷이서 종종 보는 경우가 있었으나

서로가 안 맞음을 느껴서인 건지 같이 보는 횟수도, 둘이 보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아마 더 이상 남자친구 이야기는 사라졌고, 나이가 듦에 따라 접점이 없으니 그런 것이리라.

남편 이야기는 가족이므로 안 좋은 이야기를 해봤자 좋을 게 없으므로

결국 우리 사이의 대화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봤던 사이니, 좋아질 것은 없지만 나빠질 것도 없는, 오래된 인연이니

연락이 닿게 되자 오픈한 카페로 초대를 했다.


'나 카페 오픈했어! 놀러 와'

'언제 오픈한 거야? 결국 오픈하는구나?'

'얼마 안 됐어. 정신없다가 이제야 조금 안정되어서 연락하고 있어.'

'아 그런데 왔다 갔다 좀 피곤할 거 같아'

라는 짧은 메시지


그리고 결국 W는 결국 찾아오지도, 흔한 축하 메시지도 없었고

만남이 줄기 시작하더니, 연말에 만나지도 않게 되었다.


사실 그 당시에 굳이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은 반응 말고도 쉽고 그럴싸한 변명은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꼭 맞지 않더라도 그래도 꽤 잘 지낼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만날 때마다

W의 방어적인 태도와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계속되었고 불편했다.

그렇게 친하게 지냈는데

왜 어느 순간 불편한 시간이 길어지고 할 말이 사라져 가는 걸까.


본인과 나를 비교한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 건

아마도 내 직감이 맞으리라.

'대체 갑자기 나랑 왜 비교하지, 우리 사이에 비교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관계인데.'라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그 이후에도 달라질 건 없는 사이가 지속되었고

그리고 결국 마지막 만남을 통해

다소 공격적인 말을 들으며 '이건 아닌데'라는 마음이 확실히 들었다.


'아 W는 나를 어느 순간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구나'

시절 인연이 존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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