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만든 신계급 사회

집이 계급이 되는 시대

by LIFOJ

계단은 사라지고, 담장이 생겼다

아파트 이름이 바뀌었다.
예전엔 ‘무슨 무슨 아파트’였는데,
이제는 ‘무슨 무슨 힐’, ‘어반 뭐시기’, ‘더 프라임’…

건물 외관도 비슷한데,
분양가는 두 배다.
그리고 사람들은 안다.
저기 사는 사람들과,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르다는 걸.


집이 신분이 된 사회

예전엔 ‘사는 동네’로 사람을 판단했다.
지금은 ‘사는 평수’로,
혹은 ‘몇 단지냐’로,
혹은 ‘거기 아파트 샀대’라는 말로
사람의 무게가 정해진다.

그건 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존중받을 수 있는 자격의 문제처럼 여겨진다.

언젠가부터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계급을 나누는 장치가 되었다.


누구나 살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안 가지만
과거엔 누구나
조금만 준비하면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지금은 아무리 일해도,
아무리 맞벌이해도,
내가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걸 안다.

강남은, 마포는, 성수는
이제 그냥 ‘저쪽 세상’이다.

집값으로 구획된 도시,
문턱이 아닌 벽이 생긴 주거 공간.
우리는 지금
봉건적 신분사회보다 더 정교한 자산계급 사회에 살고 있다.


‘나도 저기 살 수 있었는데’는 이제 과거형

2018년, 그 아파트가 분양했을 때
조금 더 용기 냈으면 됐을까?

지금은 그 집이 2배, 3배가 됐고
나는 여전히 월세다.

가끔 지나가다 창문 불빛을 보면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하게 살 텐데,
그 작은 차이가 인생 전체를 가른다.


서서히 멀어지는 기회

자산이 자산을 낳는다.
정보가 정보 위에 쌓인다.
그걸 누군가는 ‘격차’라고 부르지만,
내게는 그냥
“그건 네 몫이 아니야”라는 구조처럼 느껴진다.

지금 사회는
노력의 크기보다
언제 시작했느냐, 어디에 있었느냐로
결과가 결정된다.


부의 고착, 그리고 자존감의 침식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는 여기에 있고,
그는 저기 있는 걸까?”

이 질문이 반복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도 흔들린다.

노력해도 안 되는 세상은
결국
사람의 마음부터 약하게 만든다.


계급은 보이지 않게 작동한다

누가 노골적으로 “너는 안 돼”라고 하진 않는다.
대출 규제가 바뀌고,
분양 자격이 바뀌고,
청약 가점이 턱없이 모자라고,
언제부턴가
그냥 나는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그게 더 아프다.
말로 들은 적도 없는데,
이미 벽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제 사람을 보면
그가 ‘어디 사는지’가 먼저 궁금해진다.
무슨 직업인지보다
그 동네, 그 아파트,
그 이름.

그건 자산을 넘어
존중과 무시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오늘의 질문

혹시 당신도, 누구의 집을 부러워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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