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있다면 있는 거고, 없다면 없는 거지
벌써 21년 12월도 중반이 넘어갔다
젖은 창호지 같은 멘털로
회사는 그냥 버틴다.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하면
정말 정말 짜증이 한가득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대충 씻고 일주일 단위로 입는
겉옷을 걸쳐 입는다
양말도 이마트에서 왕창 구입한
발목 없는 빈티 나는 gap을 생각 없이 신는다.
나가기 전 시간은 5시 40분경.
부엌에 가서 물컵에 물을 정수기에서 받는데
"츄루룹 츄루룹 츄츄"
물소리가 매사 거슬린다.
혈압약 캡슐을 따는 것도 싫다.
같이 먹는 고지혈 약 비닐 절취선을 손으로 커팅하는 것도
그냥 이유 없이 싫다.
대머리 소리 듣기 싫어 먹는 탈모약도
입에 터니 물맛이 느껴진다.
영혼 없는 생수와 내 혀가 서로 지겹다고 밀어내다
합의 끝에 목구멍에 슬쩍 양보하며 보낸다.
자동차 공장 컨베이어처럼..
요새 당료지수가 높아져 민간 약을 목에
털어보지만 효과는 모르지.
마지막으로 뿌리는 탈모약 미녹시딜을 정수리와 아마에 춥춥 뿌리고
자동차 키를 잡는다.
식구들 깰까 봐 조심조심.
이 모든 일련의 루틴이 정말 지겹다
찬 바람맞으며 엘리베이터를 잡아 타고 지하 2층으로 향한다.
이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다
그냥 생계를 위해서라고 생각되겠지만
연봉이 세기로 유명한 정유회사 3교대 근무자일 수도 있다
서로 잘 모르지만 멋졌게 인사하고 서로 헤어진다
어제 세워놓은 작년에 대출받아 구입한 준대형 마이카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회사 유니폼 잠바를 갈아입고
휴~~ 하고 한숨 쉬고 출발을 한다.
겨울 캄캄한 새벽공기를 가른다. 이 시간에 운동하러 나오는 어르신들
생업을 향해 힘겹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밤새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어두움
온기 어린 집을 나오기가 싫었을 것 같다
표정들은 내가 안 좋으니 다 안 좋게만 보인다
본격적인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켠다
주파수 바꾸기가 귀찮아 맨날 듣는 것만 시청한다
여자 DJ는 요일에 맞게 맨날 같은 클로징멘트를 날린다
"금요일 아침도 꼭 챙겨드세요"
아침 못 먹고 출근 한지도 꾀 됐어
그리고 맨날 궁금하다
생방송일까? 녹음방송일까?
전형적인 편도 1차선 시골길을 내 달리다 보면
랜턴을 킨 채 새벽운동을 하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왜 위험하게 이 시간에 할까
인도도 없는 시골 찻길.. 공단으로 연속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가 무섭지도 않나
낮에 하면 좋을 것을..
회사가 있는 공단 쪽으로 마지막 좌회전 전 교차로
신호를 칼같이 지킨다
가기 싫어서일까, 때아닌 준법정신의 발로인가
공단 꼬불길을 지나 4개의 심한 요철로를 지나가면
차에 안 좋을 거 아냐 하는 걱정을 본능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덧 도착한다.
주차를 대충 하고...
가기 싫은 사무실에 들어간다
보기 싫은 군상들은 무표정으로 화난 얼굴로 일하고 있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는 나보다
못생긴 팀장은 맨날 화난 표정으로 앉아있다.
벗어나고 싶다
다들 경직된 표정인데 왜 나오지
왜 출근하지
별스런 대책이 없으니
이것도 감지덕지일 수도 있다.
다들 그런 자기 안위로 살아가고 있다
얼마나 의미 없는 하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