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오늘 하루 말하지 못하고 담아둔 마음들은
그날의 나 자신을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았다.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그건 보아뱀이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그림이었다. 이번에는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뱀의 뱃속을 그렸다.
어른들은 항상 설명을 해줘야 안다.
[어린 왕자] 책 첫 번째로 나온 이야기다. 주인공이 어른들에게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그림을 걸작이라고 여기며 어른들에게 자랑했지만 어른들은 그 그림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것처럼 어른들은 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의 내면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다.
다이어리나 일기를 쓰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이어졌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하라는 권유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상담선생님이 선물로 준 마음 치유 다이어리를 받아서. 각자 다른 계기로 시작되었지만 가끔 기억날 때마다 써진 다이어리는 내 마음을 정리해 주었다.
오늘은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글을 쓰기 시작한 걸 좋아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곧 은퇴하신다는 교장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건네준 계기였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따뜻하게 마음이 연결된 계기. 그 뒤로 나는 말하는 것보단 글로 흔적을 남기는 걸 더 편하게 여겼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를 썼고, 쓰고 싶은 일기가 있으면 다이어리를 펼쳤다. 말 대신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 아이는 조용하게 글을 썼다.
마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건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과 마주해 말보다 느리지만 그만큼 깊고 잔잔하게 다가가는 길.
그 길 위에서 나는 내면의 나를 조금 더 진심으로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