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다치지 않게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by 유리

무너지는 건 쉬웠다.

단지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몰랐다.






책에서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동물이 있냐는 글을 읽은 적이 있고, 거기서 난 아르마딜로를 떠올렸다. 외부에서 위협을 느끼면 자신의 몸을 말아 천적에게 물어뜯겨 불구가 되어도 끝가지 버티는 아르마딜로가 꼭 청소년기의 나 같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나를 물어뜯는 말을 들어도 버티다가 마음이 조각나도 버티는 방법밖에 몰랐다. 나는 내 생각보다 미련한 아이였다.



반 친구들이랑 데면데면했던 나에게 단체사진은 가장 피하고 싶은 단체활동이였다. 하지만 내가 싫다고 해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두 발자국 떨어져 사진을 찍었고, 초등학생 단체사진을 보면 혼자 어색하게 떨어져 있는 나를 보았다. 어색한 기분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불편하게 있는 내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마음이 쉽게 다치는 순간은 늘 있었고, 의도치 않았던 상황 속에서 마음은 금세 긁혔다.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내 모습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깊이 박혀 있는 마음의 상처가 오래 남아 있었다.






무너지는 건 쉬웠지만 나는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가장 쉬운 방법인 묻어 두기로 잊어버렸다. 아픈 만큼 더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