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무게를 측정할 시간
어차피 말해도 되는 거였다.
비밀도 아니고, 트라우마도 아니고
나에겐 흘릴 수 있는 이야기였다.
비밀이었지.
아니, 나한테 던진 미끼였어.
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그렇지만 난 말했다.
“이건 비밀이야,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하지만 진짜 비밀이 아니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어서.
그 말을 듣고
시선을 피하는지, 기억하는지,
아니면 그 순간부터 조심하는지.
그 반응 안에 너의 무게들이 다 들어가 있으니까
나는 내가 뱉었던 말의 내용을 보기보다는
내가 뱉은 말이 진짜 “비밀”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말하지 말라고 한 말은,
사실 나에게는 테스트였다.
누가 입을 어떻게 뒤에서 놀아나는지보다
누가 그 말을 ‘어떻게’ 삼키는지를 보려고.
말의 삼국지네.
조용하고 은밀한 우리의 전쟁
삼국의 전장에는 칼 대신 말이 있었고,
나는 지금, 말을 무기로 사람을 가른다.
전장은 늘 조용하게 열린다.
나는 흘린다.
그리고 너를 지켜본다.
내가 “비밀”이라 내뱉었을 때 그 말에 반응하는 눈빛.
그 눈빛에 담긴 속도와 무게, 그걸 읽는 게 내 일이었다.
그리고 꽤 재밌었다.
그런 내가 비밀이라고 뱉었을 때
너의 겉껍질은 당연하게
비밀 지킨다듯 내 말을 듣는 너는 갑자기
적극적이었지만
너의 진짜 눈동자는
“이걸 나한테 말하네 다 새어나가는 것도 모르고 병신”이라는 눈빛이었는데 그런 내 무게를 가볍게 여겼을 텐데 너에겐 아쉬운 심리전이었네
인간 하나 둘이
나에겐 그 순간만큼은 심리학 1,2 원투처럼
보이는 순간이었으니
우습게 보는 순간 내가 널 가볍게 측정하는 시간
내가 말하지 마라고 말했는데,
그 말 앞에서 드러나는 진짜는
말을 지키는 입이 아니라
그 말로 드러나는 사람의 등급이다.
이건 그냥 말이 아니라,
관계의 서열을 정하는 내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