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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왕이 먹던 과자, 나도 한입

<한국의 전통과자>

by 무아노


경복궁에는 국왕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준비하던 생과방이 있다. 가을에는 이곳에서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임금이 먹었던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오늘날에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유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출처:네이버 경복궁 생과방 소개)

선착순 신청이라 쉽지 않은데 친구가 어찌 성공해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해주었다. 밖에서 보기만 하던 역사적인 건물에서 차와 과자를 즐길 수 있다니. 너무 좋은 경험일 것 같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연휴가 끝난 월요일, 회사 눈치가 보였지만 그래도 '고!'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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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방 내부
한과.jpg 곶감쌈 세트

뚜껑을 열자마자 색은 물론 예쁜 모양에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같이 마시는 차는 물론 모든 한과에서 재료 본연의 맛이 났다.

몸이 정화되는 듯했다. 아마 맵고 짜고 단 맛에 길들여져 있으면 너무 심심했겠지만 건강을 위해 양배주즙 같은 건강식품을 먹는 사람들이라면 환장할 맛이었다.

그런데 이 맛있는 과자 중에 내가 아는 건 약과뿐이었다. 친구는 매작과를 우리가 같이 먹었다고 했는데 기억에 없으니, 좀 더 알아보고 싶어 『한국의 전통과자』를 읽게 됐다.


『한국의 전통과자』는 국가지정 한과명인이자 대한민국 한과 명장 1호(약과분야) 김규흔 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조금 들어간 한과 관련 서적이다. 작가의 한과에 대한 애정과 세계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듬뿍 녹아들어 있기에 자전적인 이야기는 거슬리기보단 수업시간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재미를 준다.

한과의 역사, 종류는 재미있지만 한과에 들어가는 재료, 만들기 기초지식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책을 덮고 싶을 때 저 이야기들이 붙잡아주는 것이다. 물론 이건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제4장 한과의 종류를 읽다 보니 생과방에서 맛본 과자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복숭아정과의 달달한 향, 다식의 고소함, 모과과편의 부드러운 단맛까지. 책 속 설명이 내 기억 속 맛과 겹쳐지면서 한과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정성의 결과물’이라는 게 느껴졌다.


최근 찻집과 한과를 곁들여 먹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는데 직접 해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현대인은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고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런데 뜨거운 차와 정성이 느껴져 먹기 아까운 한과를 입에 넣으면 절로 깨닫게 된다. 아, 나에게 이런 여유와 돌봄이 필요했구나 하고.

한과는 조상님께서 현대의 한국인에게 남겨주신 선물 같은 음식이다.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마음을 다독여주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김규흔 명장은 한과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약과가 이미 유명해진 것처럼 우리 스스로 한과를 더욱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한다면, 그 아름다운 맛과 마음이 자연스레 세계인에게도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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