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독립 생활자가 엮어가는 세상 알아가는 이야기
나는 작은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까운 역에서는 수시로 기차가 지나가고, 창밖에는 낮고 높은 건물들이 뒤섞여 있다. 이 공간에 부딪혀 살다 보면 문득 "나는 왜 여기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매주 한 번씩 학교에 나가야 하지만, 얼마 뒤면 학기도 끝난다. 이제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면, 정말로 혼자서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언제부터인가 어수선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그것이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나조차 감당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수많은 프로젝트와 활동을 해왔지만, 그때마다 ‘이 세상은 더 넓은데, 나는 아직 너무 몰라’ 하는 갈증이 진하게 남았다. 그래서 철학 책 한 문장을 읽고 나면 그 뒷이야기를 끝까지 파헤쳐 보고 싶어지고, 경제 기사를 보다 보면 또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솟아난다. 그런데도 머릿속에서 마구 튀어나온 아이디어들이, 정작 다음 날이면 사라지거나 희미해지는 일이 잦았다. ADHD라는 특성 때문인지, 정신없이 몰두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그 기세가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지는 순간도 있다. 결국 분주한 머릿속만 남기고, ‘오늘 하루는 무엇을 했나’ 싶어 허탈해지곤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떠오른 것이 기록이었다. 그저 내 머릿속 날것의 생각들을 적어 놓고, 오늘 하루에 어떤 일에 빠져 있었고,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스스로 돌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조급함이 컸다. 조금만 지키지 못해도 무언가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점차, 이런 기록이야말로 흩어진 내 호기심과 생각들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매주 글을 쓰고, 삶을 정리하다 보면, 한때 묻혀 있던 아이디어가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혹은 과거 어느 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다독여주기도 한다.
기록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잊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은 오피스텔을 ‘호기심의 방’이라 부르기로 했다. 내 방은 작지만, 글 속의 방은 훨씬 더 넓고 자유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단한 이론이나 체계적인 계획보다는, 그날그날의 일상과 우연히 만난 깨달음이 잔잔히 쌓이길 바란다. 아침에 본 햇살의 색, 학교로 가는 길에 느낀 피곤함, 돌아오는 길에 잡아탄 기차에서 순식간에 스쳐 간 상상, 늦은 밤 갑자기 떠오른 엉뚱한 궁금증까지. 모두 이 방의 선반 위 어딘가에 놓아두고, 언젠가 다시 꺼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앞으로 1년 동안 이곳에서 ‘세상공부’를 한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철학이든 경제든, 역사든, 뭔가를 깊이 배우고 이해하고 싶다. 재테크를 시도하다 실패할 수도 있고, 그동안 모아 둔 자료들을 책으로 엮어보겠다는 꿈이 어느 날 헛된 욕심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국 남는 건, 그 모든 과정을 낱낱이 기록해 두겠다는 다짐이다. 1년 뒤에 뒤돌아봤을 때, 어디서 시작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줄 테니까.
조금은 뒤죽박죽이어도 괜찮다. 오늘은 역사책에 꽂혀 있다가 내일은 뜬금없이 경제 뉴스를 뒤적일 수도 있고, 투자 실습을 하다가 느닷없이 다른 분야로 관심이 옮겨갈 수도 있다. 그런 시행착오와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써 내려가며,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것처럼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도 함께 이 ‘호기심의 방’을 들여다봐 줬으면 한다. 그러면 매주 조금씩 적어 내려가는 이야기들이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언제든 나는 조금 흔들리고, 나아간다고 생각했던 방향이 틀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기차 소리에 깨어난 이 작은 방 안에서, 내 호기심이 시키는 대로 한 걸음씩 내디뎌볼 생각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하루하루를 더욱 꼼꼼하게, 어딘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쌓아가려 한다. 지난날 잊고 있던 호기심들이 다시 빛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이번에는 흩어짐보다는 조금 더 단단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 작은 방이, 내겐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