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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달픈 날

by 하연

혼자 일하다 보면 유독 마음이 고달픈 날이 있다. 제작, 포장, CS 모두를 혼자 하다 보니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그중 가장 힘든 건 CS이다. 아마 모든 서비스업의 힘든 점 중 하나가 사람을 대하는 일인 것 같다.


유난히도 날 선 말들에 지치는 날이었다. 그저 흘려버릴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렇게 마음에 콕, 박혀버리는지. 그런 날엔 혼자 일하는 게 참 고달프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데 마땅히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 훌훌 털어버려야 하는데 왜 그게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파워 T인 남편은 CS는 기계처럼 해야 한다고 기계가 되라고 하는데 파워 F인 나는 몇 년을 겪어도 기계가 되지 못한다. 오르골처럼 기계지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의 힘으로 작동이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손은 기계처럼 움직이지만 마음을 통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나에게 와버린다.


털어버리지 못한 그날 선 말들은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고 귓가에 메아리처럼 들리는 듯했다. 처음 그런 일을 겪었을 땐 펑펑 울어버렸다. 어떻게 털어버리는지 몰라서 눈물로 씻어버렸던 것 같다. 이제 좀 내공이 쌓인 줄 알았는데 또 오랜만에 날아오른 날 선 말이 콕 박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대론 안될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가버렸다. 혼자 집에 있다 보면 더 생각이 나서 바깥공기도 쐬어주고 맛있는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러 마실을 나갔다.


씩씩하게 걷는 그 발걸음마다 콕 박혀있던 말들이 훌훌 떠나가고 맛있는 점심 한 입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테의 한 모금에 상처받았던 마음이 조금씩 따뜻하게 아물어졌다. 시원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도 바람에 흘러 나에게서 빠져나갔다.



일을 할 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상처들에 무뎌질 법한데 무뎌지진 않는 것 같다. 다만 받았던 상처들을 예전보단 더 빠르게 치유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삶을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지 않을 순 없지만 상처를 받았을 때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길 오늘도 바라본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2일 오후 05_42_30.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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