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먼저 쌓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자산의 순서에 대하여

by 아우리

며칠 전, 통장을 정리하다가 한참을 멈춰 서 있었습니다.

숫자가 적힌 페이지를 보며, 정작 제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그 숫자들이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었습니다.

숫자는 쌓여 있었지만, 저는 시간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창 바쁘게 일하던 시절에는 자산관리라는 말을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뒤늦게 보이는 것들

그때의 저는 주어진 하루를 보내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오늘을 채우다 보면 삶도 자연히 쌓일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은퇴의 문턱에서 보니, 같은 시간을 지나온 이들 사이에 다른 결과가 놓여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경제적 기반을 다진 이도 있었고, 준비를 마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낸 이도 있었습니다. 같은 출발선이었지만 무엇을 먼저 바라보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졌습니다.
저 역시 아쉬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성실하게 살아온 시간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시간 또한 저를 지탱해온 자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태도가 남기는 것

요즘은 자산이 돈을 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그 흐름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그동안 쌓아온 삶의 기반까지 흔들리는 장면들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자산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버텨낼 수 있는 태도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묻곤 합니다. 무엇을 먼저 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공부는 점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관계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쌓여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먼저 쌓아야 할 것

돌이켜보면, 자산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먼저 쌓이고, 그 위에 결과가 놓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먼저 쌓고 있었는지, 지금의 나는 무엇을 먼저 쌓아야 하는지.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먼저 쌓고 있습니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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