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
며칠 전,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주방 인테리어를 맡은 분들에게 커피를 내어 드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새로 들인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리고, 찬장에 아껴두었던 잔을 꺼내 조용히 건네 드렸다고 합니다.
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부엌에는 은은한 향이 퍼졌을 것입니다. 잔을 고르며 잠시 손이 멈췄을지도 모릅니다. ‘이걸로 드려도 될까’ 하는 짧은 망설임처럼 말입니다.
요즘은 무엇이든 빠르고 간편한 것이 기준이 됩니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 병째 건네는 음료가 익숙한 풍경입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예의는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까지 단순하게 만들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율이 예의를 대신하는 순간, 관계의 결은 조금씩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그날 일을 하러 온 분은 말씀하셨답니다. 30년 가까이 일을 다녔지만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고. 커피의 맛이 아니라, 자신이 한 사람으로 존중받았다는 느낌이 남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머니는 특별한 마음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일을 맡아준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대하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 담백한 진심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집에서 차를 마실 때 아무 컵이나 집어 들고, 서서 급하게 마시기도 합니다. 하루를 버티듯 넘기면서, 스스로를 대하는 일에는 별다른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바쁜 날이면 더 그랬습니다. 컵 하나 고르는 일도 사치처럼 느껴졌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시간은 늘 뒤로 밀렸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대충 대하는 일이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타인을 대하는 온도와 스스로를 대하는 온도는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인색한 기준으로 관계를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주방 인테리어 역시 만족스럽게 잘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단지 커피 한 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짧은 시간에 오간 마음이 서로를 바라보는 태도를 조금은 다르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여유 하나가 사람을 대하는 기준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어쩌면 대접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잠시 귀하게 여기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타인을 대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나는 지금, 나 자신에게 어떤 잔을 내어주고 있는지도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