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여행 떠난지 22일째인 9월22일.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중에 핼리와 샐리별이 만나 공식적인 짝꿍이 되던 날. 32년차인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었어. 비공식 짝꿍은 훨씬 이전에 돼 버렸지만~
늘 나 혼자 자던 가게의 쪽방에서 둘이 늦잠 자는 통에 울 아부지에게 현장을 들켜버렸거던~
그때 울 아부지 말씀, "이것아! 시집 못 갈까봐 그러냐~~" 였는데, 좋은걸 어떡해~ 에헤헤헤~
그 특별한 날, 궁색스럽게 밥 하기 싫었던지 산적이 깨자마자 짐 꾸리더니 가면서 밥 먹자드라구. 그래 행장꾸려 떠나면서 보니, 어마나~ 전날 우리가 나루터에 도착했던 여정길이 지름길을 우회해도 한참이나 우회해 다다른 길이었지 뭐야. 직통길의 약 대여섯배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서.
노인네들에게 길을 여쭤 봤었거든. 근데 그렇게 똥개 훈련시킬 줄이야~ 우회로를 일러줬으니. 아무튼 그바람에 이쁜 아가씨를 만나, "대단하시네요~ 무전여행 완주하세요~" 라는 상냥한 격려의 말을 들었지만.
나루터 옆에 조성된 조각공원을 쭉 따라나오니까 유스호스텔까지 있는 먹거리 특화거리가 나오더니 바로 번화가가 나타나더라구. 흐미~ 아깝다~ 어제 이곳을 찾았더라면 버스킹 좀 됐겠는데~ 싶은 심정으로 우린 노다지 연주권을 따라 걸었지. 전날 태워주신 분이 우릴 내려준 곳은 이미 상권이 떠난 죽어가는 거리였거든.
이미 지난 일 어쩌겠어~
우린 아침부터 활기 넘친 중앙 시장통 어느 김밥집에 들어갔지. 그리곤 김밥 두줄 시켰어. 결혼 기념일 아침의 진수성찬이었지. 김치에 오뎅 국물까지 나왔으니깐. 당일 버스킹도 못했으면서 비자금으로 김밥 사 먹은 특별한 날이기도 했어. 그리곤 서천으로 튀려고 버스 터미널로 갔지. 버스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더라고. 거기서 응가한 산적, 삼뽀냐 부는 게 일상이 돼버려 몇 곡 선보였지.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여기저기서 뜨거운 관심. 덕분에 커피도 얻어먹고 생수도 얻고 드디어 서천 도착.
와아~ 대박이다~ 가는날이 장날, 서천 장날인거야. 즉시 연주 시작했지.
'Yesterday~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Oh I believe in yesterday~ 띠디딩~~......"
그러자 여기저기서 관심 증폭, 야채장수 아주머니가 맨 먼저 5천원 짜릴 넣어주시는거야. 그러더니 쏠쏠한 재미......점심 때 되어 우린 연주를 접었지. 여행 22일째 되도록 2시간 이상 연주해 본 적이 없거든. 연주는 한두시간이면 족하다고 다녔으니깐.
그래 연주 작파하고 떠나면서 나는 야채 아주머니께 여쭤봤어. 가게 상호가 뭐냐고~ 그랬더니 가게 이름이고 뭐고 노점상이셨던 거야. 순간 나는 감정이 복잡했지. 그 눈물 같은 돈 5천원을 주셨구나~ 해서 죄송스럽기도 고맙기도 했지. 우리가 떠난다니까 바로 옆에서 좌판 옥수수 팔던 할머님이 제일 좋은 걸로 골라 싸주신 찐 옥수수를 얻어들고 밥집 찾아 들어가 3천원짜리 밥 한그릇씩 사먹었어.
아침, 점심 사 먹은 특별한 날이었지. 헌데 더욱 특별한 것은, *울마을에 도착해서 꼬마요정 만나고 집구경하고 있는데 산적님과 석자 이름 중 두자가 같다고 의형제간이 돼 버린 장학관님께서 들이닥치신거야. 광주에서 대전으로 출장 강연하러 오셨다가 간밤 꿈에 우리가 굶고 있더라고 밥 사주시겠다고.
그래 장항까지 진출하여 어느 횟집에 둘러 앉았는데 서로 소개하다보니 *울님을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생면부지인 분이 합석하게 됐더라구. *울마을 구경하러 들르셨던 사람이라고.
그분을 즉석에서, '느닷없는 분' 으로 소개하시던 장학관님의 기찬 센스에 모두들 즐거워하며 정말 거하게 얻어 먹었지. 장학관님 초교 동창분으로부터. 산해진미 가득히 배 터지도록.
헌데, 더욱 특별한 것은 계속되는 출장으로 피곤해하시던 장학관님께서 그 출장 강연료 봉투 그대로 산적님에게 주신거야. 여비에 보태쓰라고. 사비 털어 어려운 학생들 돕느라 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시면서도.
나는 그때 느꼈어. 남자들의 그 시원시원한 마음 씀씀이와 행동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정말 본받아야할 미덕이라는 것을. 여자들 대부분이 그런 점들은 부족하잖아. 콩나물 값 아낄 줄만 알았지.
작파하고 다시 꼬마 요정 집으로 돌아가 2차로 탁주 몇잔 마시다 잠이 들었는데 특별한 날을 더 특별하게 만든 울 산적,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셨다는 거였어.
이 양반 술이 과하면 평소 안하던 버릇이 나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