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잠재적 치한 퇴치

잠재적 치한 퇴치

by 할매

에이~ 나삔것덜~ 쬐끔 덜어주면 어디가 덧나냐~ 치사해서 줘도 안먹는다~ 퉤퉤~

힝~ 주면 왜 안 먹어~ 안주니까 못먹지이~

결국 그날 밤 삼겹살 냄새 안주 삼아 생 라면 하나로 깡소주 마시고 잤다는 거 아녀~ 에공~ 처량한 거지 신세~

호호호~ 그래도 아침엔 웃으며 오뚜기처럼 일어나야지.

헌데, 이 부분에서 의아해하시는 분들 많으실 거여. 돈도 잘 벌드구먼 왜 그리 궁색 떨며 굶고 다녔냐고~

궁금하면 끝까지 읽어보셔~


어쨌거나, 동학사 캠핑장을 걸어나와 공주읍 방향 오거리에서 히치하며 우리는 그랬지. 경차와 승합차는 아직 못 얻어타 봤노라고. 헌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경차인 모닝차 한대가 지나가다 저만치서 멈추는거야. 그리곤 조수석에서 부인 한분이 내리시더니만 우릴 부르는거야. 급히 뛰어갔더니 어디까지 가시냐고~

친절하게 뒷 트렁크까지 열어주셔서 끌개 넣고 출발. 하~ 나~ 이런 경우는 어찌 설명해야 할까~


읍내 도착하기 전에 들른 부인의 친언니 집에서 빵, 밑반찬, 커피 등등 몇가지 얻어들고 부인의 언니 내외분과 얘기 나누다 다시 그 차로 읍내 도착. 역시 그 시장에서도 우린 인기를 누렸어. 상이군인 할아버지의 낡은 지갑에서 나온 천원짜리 한장을 위시해 생선장수 총각, 갓난아기 안고 가던 새댁들, 아주머니, 할머니, 심지어, 장 보고 남은 동전까지 얻어들고 모처럼 김밥 두줄 사서 시장 공원에서 점심 해결하고 잠시 노닥노닥~

공주 한옥마을로 향했지. 도중에 송산리 고분군 무령왕릉 구경하느라 해찰도 해가며.


드디어 한옥마을 자그마한 오토 캠핑장 도착. 새로 조성되고 있는 깨끗한 한옥 마을을 샅샅이 구경하고, 그곳까지 찾아와주신 0교장 선생님께 더덕 막걸리 겸한 저녁 거하게 얻어먹고 인증샷 한방하고 헤어졌어.

그리곤 우린 야영. 밤은 깊어져 새벽 1시쯤 됐을까? 차량 통행도 거의 끊긴 시각에 웬 차소리가 들리더니 우리 텐트 바로 옆에 멈추고 시동을 끄는거야. 그리곤 잠시 조~용~


우리 둘 다 초저녁 잠 깊이 한숨 때리고 난 뒤라 정신이 말똥말똥하던 터. 순간 긴장했어. 우리 입장으로선 그 차량 운전자가 난폭 행동 보일지 모르는 잠재적 치한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헌데 퍼뜩 재밌고 기발한 방법이 떠오르는거야. 순간 나는 하복부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냅다 방구를 뀌었지. 뿌욱~~ 하고 큰소리 내어.


그러자, 산적이 그 큰 눈을 부엉이 눈보다 더 크게 뜨곤 강한 책망의 눈빛을 보내는 거야~

어머머~ 얘는~ 귀부인 체면이 있지~ 라는 듯.

우헤헤헤~ 나는 터져나오려는 입주댕이 웃음을 손으로 쳐막아가며 참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기발하고도 순발력 있는 방법이 즉효했던지 차가 피슝~ 시동을 걸더니 휘익 떠나가버리더라구. 아마 더러분 것들이라고 궁시렁대며 떠났을꼬야~ 우하하하~ 이럴 땐 내가 송오공인지 삼장법산지 헷갈린다니깐~ 헐헐~


어찌 됐건, 똥배에 기합 넣느라 하마트면 쌩똥 쌀 뻔했던 밤을 무사히 보내고 짙은 새벽 안개 속에 우리는

금강 하구언둑, 고마(곰나루) 네거리로 갔지. 거기서 또 1시간 만에 보기좋게 히치 성공. 대학 시절 혼자 무전여행 1주일 했다던 분인데, 마눌님은 서울 태생이라 텐트에서 자는 걸 무지 싫어해서 다시 한번 무전여행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난다며 이런저런 얘기 들려주셨지.


옛날에는 '금모래 은모래' 라고 불릴 정도로 깨끗했다던 금강. 사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제로 상태가 되어 푸르죽죽한 시체처럼 드러누워있었어. 부여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던 금강은 그렇게 식물인간 같이 물소리조차 내지않고 누워 있었지. 자연은 인간이 다스려야할 대상이 아니고 더불어 공존해야할 동반자잖아~

그걸 인위적으로 다스렸으니 이거야 원~ 설령 그렇더라도 보다 더 지혜롭게 다스렸으면 좋았을텐데...


어쨌거나, 부여 도착하여 또 걷기 모드 돌입. 낙화암 보러 걷다가 길을 묻다가 반복하며 찾아간 백마강. 백마강을 보니 왜 문득,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가 생각나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앞뫼는 지나가고 뒷뫼는 나아온다......

......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내 좇는가 제 좇는가......

.......지국총 지국총 어야디야 인간을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됴타......

...... 지국총 지국총.......................................................................


구드레 나루터에서 연주하는 산적 옆에 앉아 생각에 잠긴 이 촌년. 신통치 않은 반응에 나무 그늘 아래 그저 앉아 밥 지어 점심 해결하고 땡볕에 또 마냥 앉아 있던 우리 두사람. 도선료 만2천원을 벌어야하는데 도통 안 모이네. 당일 경비는 당일 벌어서 쓴다는 원칙을 추가하여 고수하고 다녔었거던~


지치기도 했으려니와 의욕이 꺾여버린 우리. 마냥 멀거니 떠나가고 오는 배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는데, 초딩생 수학 여행단이 하선하여 우루루 밀려나오다 어느 쬐그만 몸집의 사내 녀석 한명이 꼬깃꼬깃 천원짜리 한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주드라구. 그러더니 어렵사리 한 두푼 모이다가, 승선하러 가던 어느 젊은 스님이 만원짜리 지폐 넣어주며 밀짚 모자에 들어있던 천원권 몇장 꺼내 가시드라구. 승선료 때문에.


그러다 우리 사연 얘기를 듣곤 8천원을 주고 가시드라구. 덕분에 우린 희색이 만면하여 나들이 나온 새댁 커플에게 부족한 2천원 얻어 낙화암 배에 승선. 결국 낙화암을 구경했지. 삼천궁녀가 치마폭으로 얼굴을 감싸고 강물로 뛰어내리던 곳에 서서 하염없이 백마강을 굽어보며.

산적은 삼천궁녀의 원혼을 위로하듯 천년바위 한곡을 불어드리며 천년바위 되시라고~

우린 낙화암 밑의 고란사도 둘러보고 다시 나루터로 되돌아나오는데 그 젊은 스님, 고란사에서 떠나가는 우리 배를 멀거니 바라보고 계시드라구.


우리가 나루터에 도착할 때부터 산적과 얘기 나눈 뒤로 주욱 지켜보시던 부여 시조시인 백옹. 그분이 잘 곳을 일러준대로 우린 차가 다니지않는 죽은 아스팔트 도로에 털퍼덕 주저앉았지. 백옹은 혹시 모른다며 트럭으로 우리 텐트 앞을 가로막아 주차하셨어. 그리곤 백옹이 준비하신 막걸리병 앞에 놓고 서로 마주 앉았지. 1톤 트럭을 캠핑카로 개조하여 아예 그 나루터에 살다시피하시던 백옹과 우리는 저물어가는 백마강을 내려다보며 이야기꽃을 피웠어. 라면처럼 삶아주시던 국수를 안주삼아 일배 일배 부일배하며.


나는 지금도 낙조 깃들던 백마강이 눈에 선~해~ 이름 모를 새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석양빛 물드는 백마강을 높게 낮게 강물에 스칠듯 강따라 내려가던 모습이~ 강 하류가 새들의 보금자리였나봐.


그렇게 어둠이 찾아들고 밤 늦게까지 멀리서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와, 우리 술자리에 끼어들었던 어느 벙어리의 술 취한 어~아~우~ 하는 고함소리에 잠 못 이루다 정적이 밀려오고, 먼 곳의 고라니 소리, 민가의 칠면조 소리도 잦아 들며 우리는 한낮에 달궈진 온기 머금고 있던 아스팔트 위에서 편히 잘 잤어.


역시나 이른 아침에 일찍 깬 우리. 서둘러 길을 떠났지. 아침은 가다가 먹기로 하고.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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