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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우리나라의 중환자실의 현실과 한계 그리고 중환자실 의사로서의 바람

by 남경훈 Mar 24. 2025

제가 중환자의학을 하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이 든 것은 제가 미국에서 내과 전공의 3년 차로 수련을 받으면서 중환자실 당직을 섰을 때입니다. 50대의 남자가 담낭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로 입원을 하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간단한 케이스이기는 하였지만 그날 밤 저의 고민들과 결정들이 도움이 되어 죽을 것 같던 그 환자가 아침에 회복된 것을 보고 중환자의학의 재미와 의미를 처음으로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1년 과정을 마친 후 미국에서 내과 전공의를 하였습니다. 미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하였지만, 특히 미국의 병원들이 한국의 병원들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에 대한 공감을 표현할 줄 알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와 가족들과 상의하는 것들이 저에게는 늘  새로웠습니다.


그렇게 미국에서 내과전공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아산병원에서 국제진료센터에서 2년간 일한 후, 같은 병원에서 중환자의학을 추가로 2년간 수련받았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느낀 보람을 다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을 하다가 보면 많은 죽음을 봅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글들은 제가 한국에서 중환자실 의사로 일하며 경험하고 느겼던 여러 가지 답답함과 의문들을 정리하고자 썼습니다. 더불어 일반 대중들에게 중환자실은 어떠한 곳인지, 그리고 중환자실로 입원하게 되면 어떠 일들을 겪게 되는지를 알리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중환자실에 입실을 해야 하는 순간에, 보다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중환자실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죽음 앞에서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삶의 마지막 의미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하는 바람으로 이 글들을 씁니다.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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