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차가운 냄새가 나고, 주차장이 되어버린 마당에 가득 차 있는 자동차들, 오래된 이불의 먼지 냄새가 나는 실내와 그 이불이 치워진 거실에 차려진 차례상,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소고기 무 국과 떡국의 냄새. 약간 졸음을 유발하는 온도의 실내에 나름 깔끔한 옷을 차려입고 차례를 준비하는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시는 어머니 큰어머니 그리고 작은어머니. 일 년에 한 번만 입는 한복을 입는 할아버지 그리고 준비해 주는 할머니. 작은할아버지들과 고모할머니. 가끔 오시는 이모할머니.
반투명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밝은 햇살 그렇지만 차가운 공기는 막고 있는 - 그런 창문 앞에 소파에 누워있는 작은아버지와 사촌 동생들, 큰 창문이 있는 큰 안방에 아직 자고 있는 사촌누나들. 심심하다고 나를 괴롭히는 막냇동생과 차로 도망간 동생.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밖에 나가면 나를 반겨주는 누렁이와 추위에 얼어버린 누렁이의 물그릇. 추위에도 이미 일어나서 입김을 뿜고 있는 사슴 우리의 사슴들. 사슴우리에서 나는 사슴 사료의 구수하지만 꿉꿉한 냄새. 나는 왜 문득 그 냄새와 공기가 이 타지의 낯선 밤에 그리워지는지.
제사를 시작하면서 할아버지가 "유세~차아" 하면서 읽는 소리가 어찌나 웃겼는지 웃음을 참느라 혼났던 기억이 난다. 제사가 끝나면 약과와 유과를 먹고, 조금 있으면 약간 늦은 아침을 먹는 - 그게 어찌나 맛있던지 항상 배가 터질 때까지 고기와 국을 먹는 그 어린이의 모습도. 갑자기 지금은 그 정제되어 있지만 왁자지껄한 그 단체 식사가 갑자기 그립다. 각자의 사정과 말하지 않는 사항을 꼭꼭 숨긴 채 서로의 따뜻함만 확인하던 그 아름다움을 누가 미워하겠어.
하늘은 맑고, 공기는 차갑고, 말소리가 너무 많이 들려서 따듯한 실내의 풍경을 난 갑자기 떠올렸다. 이맘때 즈음 차가운 공기를 폐 속으로 초대하면서 이 온도에 속아 순수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생각이 이제는 나를 떠나버렸지만은 - 그런 착각뿐만 아니라 시골을 찾아오는 친척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고정적으로 참가하는 사람의 숫자도 몇 년 동안 많이 변했다. 오던 사람이 안 오기도 하고, 갑자기 안 오던 사람이 갑자기 오기도 하고, 영영 못 오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자신만의 그런 세계가 생겨서 올 필요가 없는 사람도 생기고 아무튼 사정은 제각각이지만은, 지금은 그렇다는 말이다.
이제는 세뱃돈을 받기에 창피한 나이가 되어버렸음에, 세상에 난 그때 그 느낌과 온도와 기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춥지만 따스했던 그 겨울의 - 창문 너머로 비스듬히 들어오던 그 - 태양의 채도와 온도는 기억이 나지만, 그게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할머니의 아들들과 세상에 없는 할머니의 남편 - 나의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