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주 곱씹게 되는 문장.
정답은 없다는 말.
어쩌면 이 말이 이 세계의 가장 정확한 규칙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회의를 주도하고
어떤 사람은 말없이 뒷정리를 한다.
누군가는 전략을 말하고
누군가는 그 전략의 빈틈을 메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빛나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묵묵히 존재해 온 사람이다.
드러나지 않는 책임
기억되지 않는 수고
누구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나는 늘 제 몫을 다하려 애썼다.
그래서 자주 잊힌다.
익숙함은 고마움을 덮고, 존재를 흐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라도
나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매일을 견디고, 감정을 삼키고,
무너진 날에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
묵묵히 내 할 일을 해냈다.
내가 여기까지 온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회사를 사랑해서? 그건 정말 아니고.
내가 맡은 일은 대충 못 넘기는 성격이라
하다 보니 그냥 여기까지 온 거다.
기대했기에 실망했고
실망했기에 다시 기대하지 않기로 하는 과정.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승진? 보너스?
안 되면 서운하고, 돼도 잠깐 좋겠지만
어느새 다음 할 일이 내 책상 위에 와 있다.
내가 하루에 몇 번이나 숨을 삼켰는지.
보고서를 몇 개 덮었고,
회의 중 몇 번이나 미소를 씹었는지.
아무도 모르겠지.
이제 더 이상
나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가 않다.
아직도 회사생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고인물의 깊은 마음으로 조언해 주자면,
회사생활에는 정말 정답이 없다는 것.
다만,
힌트는 있다.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방식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
회사에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 부서진 기대의 조각들을 주워 담는 건
오롯이 내 몫이라는 걸.
정답은 없지만,
나름의 정답을 하나씩 찾아가기를.
그리고, 고인물, 톱니바퀴, 돛단배...
여러모로 애썼던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동안 참, 잘 버텼다고.
다들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말했기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날들.
그 무거운 기대와 책임의 무게를 견뎌 왔던 시간들은
정말 대단했다고.
그럼에도 해냈다는 거,
끝까지 버텼다는 거.
그거 하나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걸
스스로는 절대 잊지 않기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