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e. Sincerely.

친애하는 나에게, 진심을 다해.

by 배우리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업무는 매일같이 쏟아졌고,

나는 늘 그래왔듯 조용히 해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지나갔다.


정말로,

1년이 지났다.


작년 이맘때,

팀장은 내게 말했다.


“1년만 기다려줘.

그때는 꼭 연봉 인상 반영할게.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나도 알아.”

라고 했었다.


그러나


연봉 인상?

그게 뭔데?

인상 됐냐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진짜, 이젠 웃기지도 않다.


인사팀 13년 차인데,

정작 내 인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처음엔 기대 안 한다고 했다.

안 하겠다고 다짐도 했다.

근데 막상 또 안 되니까

속에서 뭔가다 우두둑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 없는 균열.

눈에 안 보이니까 아무도 몰랐고

말 안 했으니까 진짜 아무 일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반복해 왔던 일이었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기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의식적으로 밀어내는 습관을 들였다.


‘또 이거구나.’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는구나.’

‘그럴 줄 알았어.’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내 마음은 너무 허탈했다.


근데 나 왜 이러고 있지?


이렇게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를

왜 이렇게까지 참고 있는 걸까.


지난 1년, 나는 그냥 버텼다. 사실은 꽤 많이 애썼다.


그런데 결국 제자리인 나.


속으로는 생각했다.

‘아, 이 회사는 이제 나를 그렇게까지 필요로 하진 않는구나.’


솔직히 면접도 몇 번 봤다. (ㅎㅎ)

조금이라도 나를 더 인정해줄 곳을 찾아볼까 싶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조금 있었다.


내가 여기서도 이렇게 버틴 사람이니까

어딜 가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어딘가 하나씩 부족했다.

어느 곳 하나 썩 맘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냥 내가,

여기를 벗어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정든 건가?

아니면 익숙한 게 좋은 건가?


아니지,


그냥 무서운 거겠지.


아무리 이유를 붙여봐도 결국은 무서운 거였다.

새로운 어딘가에서 나를 다시 증명해야 한다는 것

그게 나한테는 여전히 부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이 회사가 싫으면서도 좋았고

힘들면서도 편했고

불만이 많으면서도 그 불만 안에서 숨 쉬는 게 익숙했다.


회사에 대한

진심을 담았던 건 나였고

묵묵히 했던 것도 나였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알아줄 줄 알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회사 전체가 아니더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애쓴 걸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건 있었다.


기대하지 않는 척했는데,

괜찮은 척했는데,

막상 돌아오는 건 언제나

가벼운 실망이었다.


그러면서도,

또 기대했다.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이번엔 알아줄지도 모른다고.


별것 아니라고 넘기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어쩌면, 하고 바랐다.


그게 나를 더 서글프게 했다.


근데 사실은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게

내 안에서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눌러가며 겨우겨우 서 있는 건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진심이라는 것이

늘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진 않지만

진심 없이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어쩌면 나중엔

그 방식이 틀렸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좀 서글프고 조금 바보 같긴 해도

아무 말없이 견뎌 온 하루하루를

나 자신이 기억하고 있으니 괜찮다.


그리고

너무 많이 애썼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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