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기대를 내려놓으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상하긴 한데,
그게 더 나한테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텅 빈 느낌은 아니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그제야 나 자신을 마주 할 수 있었다.
나는 늘 어중간한 자리에 있었다.
위도 아래도 아닌 어딘가에,
딱 맞는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애매하게 서있었다.
그래서 더 애썼던 것 같다.
이젠 굳이 중심 잡지 않기로 했다.
그냥 어느 쪽으로도 흘러가지도 않고
가만히 떠 있기만 하기로.
마치 물 위에 살짝 떠 있는 돛단배처럼.
바람이 불어도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를 가누면서도
닻을 내리진 않은 상태.
어쩌면 닻을 내릴 만큼의 무거운 마음을
이제는 다 내려놨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회사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사람과의 거리를 다루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예전엔 그런 것들이 씁쓸하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그 거리가 가진 의미를 알 것 같다.
무리해서 가까워지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는 걸.
예전의 나는 눈치 없이 모든 걸 껴안았다.
그게 틀렸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다만 그때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로움으로만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전히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여전히 흘러가진 못했지만
어디에도 닿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적어도 부서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파도 위에서 버티는 힘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가벼움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위에 있다.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떠 있으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바람이 지나가면 바람을 보내고,
파도가 치면 파도를 품으며,
그렇게 오늘을 건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