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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 1 (보석 번외편)

드디어 재테크

by 은림


카테고리에 재테크를 넣어놓고 재테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솔직히,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금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할 수 있다. 최근 금융과 정치문화(에이팩 APEC 정상회담이 사흘 전에 경주에서 열렸고 트럼프는 우리나라에서 신라 금관을 선물 받았다) 면에서 최고의 이슈라서 내가 가진 금 이야기도 꺼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보석을 좋아한 건 아주 오래되었지만 주얼리를 정식으로 배워 일을 하고자 했을 때가 2022-2023 사이였다. 그때 금값은 한돈에 24만 원으로 너무 비싸다고 18만 원까지 내려갈 거라 예상했다. 금값은 약 20년 동안 10-20만 원 대를 오갔고 30을 남긴 것은 손에 꼽는다.

경제는 하나도 몰랐다. 달러가 금본 위주로 시작되어 독립하였고, 현재의 비트코인에 오기까지의 긴 돈의 역사 같은 건 전혀 몰랐고, 알아도 삶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거대한 인간역사의 흐름에서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제 삶 하나 간신히 건사하는 것이고, 그것도 굉장히 어렵다.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인간이 되는 것은 굉장한 소질과 자본과 압력과 행운이 만든 것이다. 거대한 보석산에서 원소들끼리 뭉치고 아주 작은 지고의 것만이 보석 한 점이 되는 것처럼.


경제는 모르지만, 존윅이 금화를 펑펑 쓰고 고대 전쟁이나 신화 역사 영화에서 금공예품들이 등장하는 것들은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금은보화를 보려고 영화를 봤다가 역사는 공짜로 들었다.


이렇게 자본을 모르지만 밀접한 채로 대충 나이를 먹고, 생존도 해야겠고, 반려가 뼈를 녹이며 벌어다준 월급을 운용하고 아이의 삶을 지탱하고, 고양이를 돌보고, 때론 도움을 청하는 곳에 파 한쪽을 보태고, 친구에게 차를 사고, 함께 웃으려고 안간힘을 써서 돈을 아끼고 모으고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투자는 모르지만 절약했다. 허튼 돈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우습게도 아주 허튼 보석과 주얼리와 아름다운 것들에 돈을 쓰는 스스로를 계속 돌아보고 반성하면 약간의 지식이 쌓였다.


부부가 열심히 모은 돈이 인플레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속이 상하고 재테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부자가 되려는 의도보다는 가진 것의 가치를 유지하고 후에 운신의 폭이나 기회를 남겨두고 싶어서 재테크가 하고 싶어졌다.


시간은 기회고, 긴 삶도 기회고, 자본도 기회이다. 그렇게 축적한 기회를 어디에 쓸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안 쓰면 가족들이 쓰겠지 했다. 가끔 내가 써야 할 곳에도 안 쓰고 아껴둔 것을 남이 빼앗아 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그런 일들도 있었다) 내 기쁨 내 이상을 위해서 결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부분을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했다. 홀려서 보석을 사고 인형을 샀다. 고양이를 길렀다. 기부했다. 동물권에 대해 생각하고 예쁜 쓰레기인 장난감들을 사들이며 플라스틱 남용과 탄소발자국에 대해 고민했다.(아마존의 나무들? 작가들은 이미 자신의 부덕한 글이 나무를 해치는 것에 어마어마한 고뇌를 해왔다)




(같은 상품도 오픈 마켓과 브랜드 공홈 가격이 다르다. 한 사람의 앱과 웹과 모바일도 가격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에도 똑같은 변수가 프로그래밍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와 내가 같은 물건을 추적해도 소비자의 정보값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주말 주중, 구매시간에 따라서도 같은 물건의 가격을 다르게 보여준다. 그런 마케팅과 판매술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과거의 흥정이 온라인에서도 살아났다)



나의 경제생활은 재테크와는 아주 멀다. 대부분 노동과 돈을 쓰지 않는 시간으로 연명했다. 직접 창작 작업을 해서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과 메시지와 홍보와 영업과 판촉을 했다. 일용직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기적인 일들은 짧게 했다. 임출육 경단녀와 경력직 같은 신입과 프리랜서와 도우미 아줌마는 내게 동의어다.


많은 일들이 글쓰기와는 몹시 다른 일들이고, 일에서 일로 버튼을 바꾸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소모되었다. 대부분 젊고 재미있던 시간에 그냥 인형 눈깔을 붙이고 팟캐스트와 리딩북을 읽으며 보냈다.

젊음은 너무 과분하고 짧고 빛나며, 여성이라는 성별과 인간의 육체라는 것이 인간 사회 자원의 맨 밑바닥에 있다는 것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천부 인권은 인간이 최근에 발명한 것이다. 우리가 가진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다.


인간과 짐승은 얼마나 다른가. 금기란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기 위해 인간들이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직계가족 남녀가 성관계를 해도 아기가 생긴다. (오래 대를 이으면 유전적 문제가 생긴 다는 건 이집트 왕조의 역사로 다들 알 것이다)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은 설화와 역사는 많은 문화에서 발견되고(고차원 장례문화이건 저차원 정신병이건 간에), 현재 범죄로도 실제 한다. 직접 먹지 않아도 서로의 뼈와 살을 녹여 사회를 이루고 서로를 먹여 살린다. (요담록 https://brunch.co.kr/@silverforest999/23 소설 소재로 썼다.)

그걸로 부족해서 다른 생물족을 먹어치우고 착취하고 말살한다. 살아 있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 책무이니 어쩔 수 없지만 과용하지는 말라는 가르침을 따르지만, 우리가 과용하지 않고 아끼고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이뤄지는 착취도 엄청나다. 사회는 너무 복잡하다.



재테크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지만 지금 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도전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금시세 때문에 급 벼락치기 경제공부와 트렌드 책을 망라해 놓고, 주식시장 마감 시간을 보고, ETE를 알아보고 레버리지도 익힌 다음, 구입후보 주식 목록을 쭉 뽑고 차트와 시기 가격 추이를 살펴본 후, 주식을 사지 않고 이 글을 썼다. 초고를 마친 다음 시계를 보지 않아도 밖이 깜깜했다.


생각은 바꿀 수 있지만 성향은 바꾸기 어렵다. 습관은 더 바꾸기 어렵다. 돈을 벌기보다 가치 있게 잘 쓰기가 어려워서 쓰지 않았다. 주식이든 금이든 부동산이든 선뜻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느 문명권과 종교의 설화 인지는 기억이 안 나고 정확한 스토리도 아니다. 그냥 내가 희석하여 기억한 대로 적고자 한다.


한 짐승의 목숨을 살리고자 신의 저울 앞에서 왕이 그 짐승의 무게만큼의 순금 왕관을 올려놓았다. 짐승 쪽으로 기울어져있던 저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왕이 자기 팔을 올려놓았다. 역시 저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왕은 팔다리 몸통 머리까지 올렸으나 기울지 않았다. 마침내, 왕은 자기 자신 전부를 저울에 올려놓고 가부좌로 앉았다. 그제야 수평이 맞았다. 생명의 무게는 생명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옛날이야기다.


옛날 사냥꾼들은 짐승을 사냥하는데 자기 목숨을 걸었다. 가축을 길러 먹음에 그 죽음에 예우를 갖추는 종교도 여전히 있다. 다정한 동물을 잡아먹으며 그들의 내장을 파해치며 우리의 내장과 다르지 않음에 기겁하고, 그들과의 다르지 않은 충격을 희석하고 서로 분리해 죄책감을 덜며,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쪽으로 식육축산 산업이 발달했다.


지구의 모든 자원과 생명력을 끌어모아 더 젊고, 더 오래, 고통 없이 어쩌면 영원히 살기 위해서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고, 스스로 신이 되는 꿈을 언제 이룰지 알 수 없이나 비슷한 존재들은 세상에 내놓았다. 피그말리온과 피노키오처럼. AI인공지능 로봇 안드로이드 무수한 다른 이름들은 인간이 속속 발명하는 불멸품을 향하고 있다.


금과 경제에 대해 모르는 이야기를 하려니 아는 이야기만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경제를 받아들이는 시각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 삶과 생존과 자연과의 공존을 이해한 다음에, 그것들이 존치 가능한 방향을 찾으려면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인간 경제와 사회를 알아야만 했다. 그러니까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참아주십사 재밌는 이야기로 읍소해 보았다.


물론 모든 것의 맨 선두에는 나 자신의 생존과 욕망이 우선했다. 아이의 생존과 욕망을 우선시하는 것은 내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며, 그 사랑은 오롯이 나의 만족인 것이 운 좋게 타인에게도 이로운 것뿐이다. (자식을 낳아 더 다양한 유전자를 확보하는 것은 자연과 생명 근본 욕구이자 목적이다. 일부 인간들은 이조차도 벗어버린다. 내 마음은 그쪽에 있지만 내가 그 삶을 살아내진 못했다. 자연만큼 사회도 새 인간 자원을 요구한다.(SF 소설로 썼다.https://brunch.co.kr/@silverforest999/60 환상진화가)


세상의 논리와도 맞지 않고 근본도 없지만 한 인간의 삶과 근본 안에서는 어쨌든 합일은 되어있다. 작가들이 하는 작업이 대충 그런 거다. 이게 분열된 시기는 아주 난처하게 살았다.




지금, 금 이야기 쓰다 보니 길어져서 다음에 계속합니다.


트렌드 책을 살펴보다가 글귀를 가져왔어요 오래 고민한 욕망과 트렌드에 대해 가장 명쾌한 한 줄이었습니다.


욕망은 '알고 나면' 시작된다. 아무리 유명해도 자신이 알기 전까진 욕망도 트렌드도 되지 않는다.


- 2026 라이프트렌드 본문 중 <라이프 트렌드 2026 : 인간증명 + 경험사치, 김용섭,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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