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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의 시대

난 모르겠다

by 방구석예술가
깨진 도자기와 장미_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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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0원짜리 아이스라떼 시켰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준다.

손님은 나 말고 아무도 없었지만, 오픈준비하느라 마음이 급했을 수도 있지.

월요일부터 일하기 싫을 테고.

그럼 그럼 이해한다. 저 라떼 시켰는데요? 라니 마스크 안으로 작은 말소리가 들린다.

뭐라 하는지 잘 안 들려 네? 되물으니

진상고객 대하듯 금. 방. 만. 들. 어. 드. 린. 다. 고. 요. 눈을 위아래로 훑는다.


애초에 미안하단 얘기는 바라지도 않았다.

커피를 신경질적으로 버리고, 새 커피를 옛다. 가져가라 하듯이 준다.

밥보다 비싼 커피를 사 먹으면서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지?


자영업자분들과 직원, 아르바이트생들은 진상고객 갑질 때문에 짜증 나겠지만,

고객들도 예민한 직원,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에 기분을 망친다.

우리 서로 그러지 말자. 나... 밖에서 화 내기 정말 싫어..

아까도 꾹꾹 참았어.. 참지 말걸 그랬나 후회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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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레드에 쓴 이 글은 조회수 44만에 달했고,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수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평소와 같이 10명도 안 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이었다.

나는 이 글에 달리는 댓글에 하나하나 친절히 답변을 해주면서

이틀이란 시간을 보냈다.


불친절을 겪었던 이야기,

사장님으로써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고충,

저마다 공감의 이야기를 댓글로 달아주었다.

요즘 어디서 5800원으로 밥을 먹냐는 댓글도 몇개 있었다.


댓글 때문에 하염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백 명, 천명, 만 명, 십만 명으로 늘어나는 조회수를 보며

속이 많이 쓰렸다.


왜? 왜 이처럼 일상의 푸념은 44만명이나 보는 걸까....


모든 과정을 손으로 만드는 스테인드글라스.

나름 큰 액자를 만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누구에게 의뢰받은 것도 아니고, 따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창의성을 더해 만드는 나의 피 같은 작품들은 모두가 외면해 오지 않았던가.

10명도 보지 않았고, 5개의 좋아요를 받기도 벅찼으니까.


많이 허무했고 더 많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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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발로 만든 것 같은 작품들도 사람들이 좋아하던데.

대충 찍어 만든 저질 영상들도 좋아하던데.

그저 돈 받고, 광고만 하는 영상들도 좋아하던데.

좋아요의 시대엔 무언가 잘못된 구석이 있다고 느껴진다.

결국엔 '내가 잘못된 구석이구나.' 느낀다.


난 현실에선 밝고 낙천적이지만,

sns세상에선 툴툴대는 찌질이가 되었다.

그럼 결국 현실 속의 나도 구겨졌다.

이런 반복 속에서 sns를 멀리하게 되었지만,

구겨져버린 나는 작업을 해나가기가 조금 힘들어졌다.


좋아요의 시대에서 나만 반대로, 반대로 걸어가다가

결국엔 발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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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인기가 있다는 글들을 몇 편 읽어보았다.

AI가 쓴 듯, 비슷한 양상의 글들이 많았다.

유명인의 말을 중간중간 인용해서 쓰는 글들.

정보전달을 하고자 하는지,

감정을 담고자 하는지 모르겠는 글들.

그래도 몇 백개의 하트가 눌러 있는 글들.


분명 나만 빼고, 좋아요의 비법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알지 못한 채 다음 시대로 넘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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