霧(무)
하루는 큰아이가 하루 종일 수수께끼 책을 들고 다니며 내게 질문을 던지던 날이었다.
“아빠, 개인데 짖지 않는 개는 뭘까?”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더니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안개!”
아, 그랬구나.
웃음이 먼저 나왔다. 아이의 얼굴에는 정답을 맞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작은 자부심이 떠 있었다. 그 웃음을 따라가다 문득, 안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안개는 뿌옇고 흐리다.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존재하고, 시야를 가리지만 완전히 막지는 않는다. 길을 잃게 만들 것 같다가도, 이상하게 마음을 느리게 가라앉힌다. 모든 것을 숨기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드러냄을 잠시 미뤄둘 뿐이다.
안갯속에서는 사물의 윤곽이 부드러워진다.
선명함 대신 여백이 생기고, 확신 대신 상상이 스며든다. 그래서인지 안개는 늘 미지의 감각을 품고 있다.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더 천천히 바라보게 만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하루도 그렇다.
모든 것이 또렷한 날보다, 조금은 흐릿한 날들 속에서 마음이 더 많이 움직인다. 분명하지 않아서 멈춰 서게 되고, 보이지 않아서 귀 기울이게 된다. 안개 낀 아침처럼, 삶은 가끔 일부러 속도를 낮춘다.
아이의 수수께끼 하나가 그날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개이지만 짖지 않는 개, 안개.
소리를 내지 않지만 분명히 말을 걸어오는 존재. 서두르지 말라고, 지금은 충분히 흐려도 괜찮다고.
그날 이후로 안개를 만나면 괜히 웃음이 난다.
정답을 맞혔을 때의 아이 얼굴처럼,
세상이 잠시 장난을 거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