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틀 무렵

고요한 새벽

by 나무를만지는



고요하다.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새벽이 나에게는 고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고요함은 편안하거나 따뜻한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나에게 고요하다는 것은 하얗고, 메마른 풍경에 가깝다.
새벽의 공기는 습기가 거의 없다. 소리는 멀어지고, 사물들은 윤곽만 남긴 채 제자리에 멈춰 있다. 이 시간의 풍경은 부드럽다기보다 단단하다. 손을 대면 쉽게 부서질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아무 감정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이런 고요 속에 있으면 나는 종종 방향 감각을 잃는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의미는 잠시 뒤로 밀려난다. 세상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나 역시 굳이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이 시간은 편안하기보다 오히려 건조하다.
그런데 조금 더 오래 이 상태에 머물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
이 메마름은 비어 있음이라기보다, 아직 아무것도 얹히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색이 없어서 조용한 것이 아니라, 아직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얀 것인지도 모른다.
새벽의 고요는 나를 달래지 않는다.
다만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만든다. 불필요한 말과 감정을 걷어낸 뒤, 남아 있는 것만 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새벽을 좋아한다.
이 하얗고 메마른 시간 앞에서는
나 역시 꾸미지 않은 상태로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