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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가 만난 사람 7)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간절했던 그가, 지금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by 최재혁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이자, 대표적인 '친명파'인 박찬대 의원. 그와의 만남은 취재 도움으로 갔던 현장에서였다.


다니던 언론사에선 매주 국회의원을 인터뷰하며 지역구 현안을 다뤘다. 마침 인천 연수구에서 촬영한다고, 지원 요청을 하기에 흔쾌히 다녀왔다.

국회의원 사무실은 처음이라 심장이 살짝 떨려왔다. 하지만 선배가 옆에 있으니 두려울 게 무엇이랴! 마음 편히 입장했다. 막상 들어간 사무실은 특별할 게 없었다. 단지 박찬대 얼굴이 여기저기 박혀있고, 공간은 든 게 없어 꽤 허전했다.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에 들어갔더니 중년 남성 2명이 앉아있었다. 그 앞에선 사무장이 남성들의 따발총 세례를 그대로 맞는 중이었다. 도대체 어떤 일인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억울하면 열변을 토할까. 식견이 짧은 내 생각이었다.


3분 정도 기다리자, 박찬대가 반갑게 인사했다. 우리와 손을 맞잡고 활짝 웃더니, 급한 일이 있다는 듯 민원인 앞에 앉았다. 박찬대는 자신이 어떤 말을 꺼내기 전, 남성들의 말을 들었다. 아니, 듣기만 했다.

박찬대는 그 뒤로 30분 동안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2시에 인터뷰를 시작해야 했지만, 시계는 2시 20분을 지난 상태였다. 박찬대는 미안하다는 손짓과 사무장을 슬쩍 밀며 우리에게 대신 사과해 달라고 부탁했다.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기다렸다.


보통 민원은 3가지로 나뉜다. 단순 화풀이용으로 찾아온 민원, 국회의원이 나서줘야 해결될 민원, 국회의원이 나서도 해결될 수 없는 민원이다. 남성들의 민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3번째였다. 왜냐고? 박찬대의 지역구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민원인은 토지 문제로 박찬대를 찾아왔다. 그런데 허튼 지역에 와서 크게 화를 낸 것이다. 박찬대 입장에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같은 구에서 벌어졌더라도 본인의 역할이 아니다.


그래도 남성들은 열변을 토해 화는 풀린 건지, 박찬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채 사라졌다.

인터뷰는 편안히 진행됐다. 박찬대는 이미 멘트를 다 준비한 것인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지 막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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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간이 지나, 21대 총선이 펼쳐지던 날이 왔다. 박찬대는 무사히 선거에서 승리했고, 바로 옆 동네 의원의 승리를 지원했다. 무척 반가웠다. 박찬대를 볼 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다. 그에게선 선한 영향력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박찬대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기에 눈치껏 따라갔다. 물론 화장실까지 따라간 건 아니다.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를 기다렸다. 물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박찬대는 물기에 묻은 손을 털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용기를 내어 박찬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의원님 팬인데 혹시 사진 한 장 찍어주실 수 없겠습니까?" 혹여나 거절당할까, 싶어 기죽은 채 요청했다. 어림없었다. 박찬대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사진을 찍어준 것도 고마운데, 본인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어줬다. 아니, 그런데 당신 핸드폰으로 찍으면 사진은 어떻게 저장합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진 않았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사진 달라고 하면 무례하다고 여기지 않겠냐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때 박찬대는 자신의 보좌관을 조심히 불렀다. 둘은 서로 귓속말을 했지만, 난 들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싶은데, 찍어줄 수 있을까?" 보좌관에게 부탁하는 국회의원이라면, 더군다나 자기 일처럼 사진 촬영을 해주는 국회의원이라면, 이보다 더 진심인 사람이 어딨을까?

가슴이 찡했다. 박찬대는 보좌관에게 핸드폰을 맡기고, 갑자기 위 사진처럼 활짝 웃었다. 큰 소리로, 건물이 떠나가라 웃었다. 나와의 단 한 컷을 위해 웃어 보인 것이다. 그도 분명 밤을 새웠을 텐데 말이다.

사진을 찍고 나서 그는 내 번호를 물었다. "이건 제 직통 번호니까 언제든 연락하세요." 박찬대는 직접 사진을 내게 보내며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밤새워 고생하셨을 텐데,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라고 따뜻한 마음을 담았다.


아직도 난 그의 직통 번호가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연락하기엔 그의 진심이 너무 따뜻했기에, 아직도 그와 맞잡은 손이 뜨겁게 타오르기에, 가슴속에 담아뒀다.

시간이 흘러 그가 당 대변인이 되고, 최고위원에 오르자, 내가 다 기뻤다. 좋은 사람이 잘 되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의 밝은 앞날을 기대한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내가 만나본 정치인 중 가장 친절한 1인

정치인은 거만하고 우쭐거릴 줄 안다고 생각한다면

박찬대를 보고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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